매일신문

'배드파더스'는 되고 '디지털 교도소'는 안 되는 신상털기?

경찰 ‘디지털 교도소’ 수사 나서… 명예훼손 혐의
닮은꼴 ‘배드파더스’는 위법성조각사유 인정받아 면책
전문가 “디지털 교도소 신상공개는 위법적 요소 다분”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화면 캡처

경찰이 성폭력, 아동학대 등 범죄자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수사에 나선 가운데 운영자의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운영자의 경우 처벌받지 않은 선례 때문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자, 아동학대, 살인 등 범죄자 혹은 범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사진과 실명, 나이, 연락처 등 신상을 공개해놓은 웹사이트다. 21일 기준 100여명의 정보가 게시돼 있으며 논란이 된 사건을 담당한 판사 10명의 신상정보도 볼 수 있다.

이에 대구경찰청은 지난 13일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와 관련 인물들을 수사하고 있으며, 검거 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인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는 운영자에 대한 수사 착수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A(27) 씨는 "성범죄자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하루 이틀 본 게 아니다"며 "사법부는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디지털 교도소가 정의롭고 공익성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직장인 B(32) 씨는 "뚜렷한 잣대 없이 개인이 마음 내키는 대로 누군가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라며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조차 없어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혀도,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행법 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고자 그들의 신상을 올린 웹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자의 경우 이같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 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법성을 따질 때 디지털 교도소와 배드파더스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이들 중 아직 판결을 받지 않은 사람도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허위사실에 해당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양형 기준이 낮다는 이유로 판사의 신상을 올린 행위 역시 공익성보다는 비방의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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