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다운의 영화 속 음식이야기] 양과자점 코안도르

영화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포스트

◆남자친구를 찾아 도시로 온 시골소녀

시골 빵집에서 아빠와 함께 제과점 일을 하던 한 소녀가 의문의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난 남자 친구를 찾아 도시로 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련도, 아픔도, 그리고 행복도 겪으며 그 소녀는 진짜 숙녀가 되어가고 또한 진정한 파티쉐가 되어 간다. 이것이 '양과자점 코안도르' 전체를 꿰뚫는 스토리의 흐름일 것이다.

이 흐름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보노라면 화려하고 기교 넘치며 거기다 맛까지 있어 보이는 케잌들이 나의 시선을 빼앗아 내가 케잌을 보고 있는 것인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려 몇 번이나 영화를 돌려 봐야 했다. 아마도 직업은 못 속이나 보다.

시골에서 상경한 남자친구가 일한다는 코안도르는 '최고의 케잌을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 하는 수석 쉐프의 뜻에 따라 모두 일사분란하게 각자 맡은 일을 잘 해나가는 곳이다. 그저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코안도르를 찾은 소녀는 이곳의 일원이 되어 지내면서 돈도 벌고 옛 남자 친구도 찾을 요량이었던 시골 소녀에게는 코안도르로의 입장부터가 난관이었다.

영화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한 장면

◆코안도르 제과점의 일원이 되다.

테스트 과제로 그녀가 자신 있게 내 놓은 것은 '시골 제과점에서 파는 크리스마스 세일 케잌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듣게 된다. 거기다 망친 케잌은 만든 사람이 다 먹어야 한다는 엄격하기 그지없는 규칙까지. 자신 있게 도전한 테스트에서 최악의 혹평을 들은 소녀는 자신의 아버지까지 욕보인 것만 같아 자신이 있을 곳이 그곳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의기소침해 하며 스스로의 자존감마저 잃어 가고 있었다.

그 즈음 그녀를 보듬어 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곳, 코안도르의 수석 파티쉐였다. 모두들 자신의 실력을 믿고 텃세를 부릴 때 시골 소녀에게 몇 번이고 기회를 주며 스스로 그 속에서 살아나가는 법을 지시나 질타가 아닌 묵묵한 행동으로 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등장한 한 남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말수가 적은 그는 낡은 가방 하나를 들고 코안도르를 방문한다. 그것도 자주. 나중에 소녀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최고의 쉐프였던 그는 8년 전 가족의 교통사고로 인해 파티쉐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대신 그동안 실전에서 익힌 것들을 글이나 강의로써 전달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가끔, 아니 자주 코안도르를 들러 새로운 디져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해 준다.

영화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한 장면

◆성실함을 인정받다.

그렇게 시간만을 보내는 그의 재주가 너무나 아까워 코안도르의 수석 파티쉐는 몇 번이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 올 것을 이야기 하지만 도무지 먹히질 않는다. 그만큼 그에게 가족의 사고, 그로 인한 가족의 부재는 견디기 힘든 정신적 충격이었으며 8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마음 어느 한 구석에도 그날의 사건과 가족을 제외한 그 어떠한 것도 들어 올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두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고민과 아픔을 가슴에 안은 채 나의 기분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상의 디져트를, 그리고 최고의 강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소녀는 다시 더 부지런히 노력했고 점차 그녀의 성실함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매일 코안도로를 들르는 몸은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노부인은 시골 소녀의 케잌에서 부족함을 하나 둘 찾아 가다 마침내 어느 정도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을 지켜보며 시골에서 남자친구를 찾겠다며 무작정 코안도르로 들이 닥쳤던 그 맹랑한 소녀를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물론 그 아름다운 부인뿐만 아니라 코안도르의 수석 파티쉐도, 그리고 가족을 잃고 동시에 파티쉐로서의 명성도 놓아버린 그 역시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영화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한 장면

◆노부인에 케잌을 전달

대부분의 영화가 미주알고주알 이건이래서 이러고 저건 저래서 저렇고 하는 식의 전개를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최소한 준서맘의 생각에서는 말이다. 그저 복선을 깔아 제시하고 그에 따른 해석은 각자 관객의 몫으로 남겨 두는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골 소녀의 끊임 없는 역할로 자신과 관련이 있던 없던 얽히고 설켜 있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한다. 여자 친구가 싫어졌음에도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선 그저 코안도르의 파티쉐가 되기 위해 시골을 떠난다는 무책임한 편지 한 장만을 달랑 남긴 남자친구에겐 먼저 찾아가 '너같은 남자친구는 필요 없어'라고 말 해 버린다.

그리고선 코안도르에서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만든 케잌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울만 할 때 거의 매일 코안도르를 찾다시피한 노부인에게 직접 집으로 찾아가 케잌 한 조각을 전해 드리고 저쪽 커튼 너머로 '그 아가씨가 이만큼이나 성장했네요'라는 말을 가슴 속 가장 큰 칭찬으로 세기고 안주하지 않으려 항상 노력한다.

영화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한 장면

◆미국 유명 파티쉐 전문학교에 유학

마지막으로 8년 전 가족의 교통사고 이후 단 한 번도 케잌을 만들지 않았던 그 남자의 '케잌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먹을 수 있다면'이라는 소원, 아니 갈망을 담은 코안도르 수석 파티쉐와 그런 그녀가 일하는 코안도르를 시간을 내 찾는 남자. 가슴 속에는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 하며서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케잌 하나, 꽃다발 하나 선물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즈음 그 남자는 시골 소녀에게 파티쉐를 체계적으로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을 추천하고, 또 실제로 관계자를 만나 그녀를 직접 부탁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시골 소녀는 '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만 해 주면 미국이든 어디든 다 가겠다'고 약속하고선 그 남자에게 다시 주방을 내어 준다.

단 한 사람, 코안도르의 수석 파티쉐만을 위한 케잌을 만들어 꽃과 함께 그녀의 집을 찾아 가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그였지만 차츰 마음은 마음 속 저 깊은 곳의 감정을 따라 움직이며 어느덧 케잌과 장미꽃을 든 채 수석 쉐프의 집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 한다. 그리고 저쪽 길모퉁이에서 '화이팅'을 외치는 시골 소녀의 목소리에 힘입어 드디어 벨을 누른다.

이제야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시골 처녀는 처음 시골에서 올라와 코안도르를 찾던 객기보다는 조금은 더 성숙한 마음을 가지고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고 매 순간 숨을 불어 넣으며 흔들리지 않는 기본기 위에서 디져트를 만드는 진정한 파티쉐가 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미국의 유명 파티쉐 전문학교로 유학을 떠난다.

영화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한 장면

◆'장미 축제'라는 나만의 디져트를 만들다.

기본기가 바로 서지 않으면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을 스스로가 더 잘 느끼며 하루하루를 불안해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래서 기본기는 기능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더욱더 절실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글을 쓰는 이 밤, 나 역시 기본기가 얼마나 갖추어져 있던가 자문을 한다.

오늘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코안도르의 창의력에 자극을 받아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 젤라틴을 이용해 '장미 축제'라는 나만의 디져트를 만들어 보았다. 당연히 코안도르의 디져트를 어설프게 흉내만 내서 여러분들게 내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욕심이기도 하다.

장미의 푸른 잎을 대신할 말차 가루를 섞어 만든 녹색 제누와즈, 장미수와 장미잼, 장미에센스 등에 젤라틴을 넣어 굳혀 붉은색의 장미를 만들고 그 위에 사과주스에 샤프란을 몇 가닥 넣어 투명한 듯 노란 음영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테두리는 깨끗하게 화이트 글라사주로.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나의 이런 마음이 베이킹을 처음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 한 듯하다.

틀 바닥에 말차 제누와즈 깔기

베이킹 스튜디오 <쿠키공장by준서맘> 원장

제누와즈 위로 꼼꼼하게 시럽 바르기
'장미축제'라는 나만의 디져트

<만들기>

1.말차 제누와즈: 달걀 150g, 설탕: 85g, 물엿 15g, 꿀 15g,

박력분 78g, 말차 가루 8g, 버터 16g, 우유 20g

2. 과일시럽

3. 장미젤리: 장미수 200cc, 장미잼 200cc, 장미 에센스 1/2t

가루 젤라틴 40cc

4. 샤프란 젤리: 사과주스 400cc, 샤프란 말린 잎사귀 3-4개

가루 젤라틴 40cc

5. 화이트 초콜릿 글라사주: 화이트 초콜릿 200g, 카카오 버터 20g

동물성 생크림 240g

카카오 버터 35g 만들기

<과정>

1. 계란과 분량의 설탕, 물엿, 꿀을 넣고 휘핑기로 저어 리본 상태(6초)로 만들기

2. 체 친 가루류를 반죽에 넣고 재빨리 섞기

3. 데운 우유와 녹인 버터를 빨리 섞어 전체적으로 윤기 나고 매끈한 반죽 만들기

4. 종이 호일을 깔아 미리 준비 해 둔 3호 정사각 팬에 반죽을 붓고 가볍게 바닥에 쳐 주기

5. 예열해 둔 오븐에 반죽을 넣고 180℃에서 14분간 구워 내기-> 말차 제누와즈 완성

6. 식은 제누와즈는 높이 1cm로 균일한 두께로 슬라이스 하기

7. 완성품을 담을 용기(직사각 도요팬, 바닥 분리형)에 미리 무스 띠를 두르기

제라틴을 섞은 장미주스 붓기
틀 바닥에 말차 제누와즈 깔기

8. 잘라둔 말차 제누와즈는 틀의 모양에 맞춰 잘라 틀 안쪽 바닥에 깔기

젤라틴을 섞은 샤프란 쥬스 붓기
제누와즈 위로 꼼꼼하게 시럽 바르기

9. 틀 바닥에 깔린 말차 제누와즈 윗면에 과일시럽을 꼼꼼하고 충분히 바르기

10. 장미수 200cc, 장미잼 200cc, 장미 에센스 1/2t를 섞어 기본 장미 주스를 만들기

11. 따뜻하게 데운 뒤 가루 젤라틴 40cc를 넣고 잘 섞은 후 1cm 정도의 높이로 붓기

3색과 화이트 글라사주의 단면
제라틴을 섞은 장미주스 붓기

12. 냉장고에서 한 시간 정도 장미 젤라틴 굳히기

13. 사과주스 400cc에 말린 샤프란 3-4개를 넣어 충분한 색이 나오게 우려내기

14. 따뜻하게 데워 가루 젤라틴 40cc 넣고 잘 섞기

15. 굳은 장미 젤라틴 위에 샤프란 우린 사과주스를 동일한 두께로 부어 냉장고에서 굳히기

젤라틴을 섞은 샤프란 쥬스 붓기

16. 깊이가 있는 그릇에 화이트 초콜릿과 카카오 버터를 넣은 후 뜨거운 생크림 붓기

17. 완전히 녹지 않은 초콜릿은 바믹서를 이용해 완전히 녹이기

18. 식은 후 화이트 초콜릿 글라사주의 농도가 옅을 경우 카카오 버터를 조금 더 넣어 농도 맞추기

19. 샤프란 젤리까지 완전히 굳은 젤라틴은 틀에서 조심해 빼낸 뒤 주변의 무스띠 떼기

20. 화이트 초콜릿 글라사주의 농도와 온도를 조절해 3단 젤라틴을 코팅하듯 붓기

21. 여분의 화이트 초콜릿 글라사주를 스파출러로 정리, 원하는 크기로 잘라 장식하기

3색과 화이트 글라사주의 단면

'장미축제'라는 나만의 디져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