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다주택자를 변호하며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과세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대폭 끌어올리는 부동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과세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대폭 끌어올리는 부동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자유는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 민주주의의 원리인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가진 자의 것을 뺏어서 없는 자에게 주는 것이므로 개인의 자유를 유린한다. 자유와 양립하는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므로 자유민주국가에서 평등은 결과가 아닌 기회의 평등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부동산 정책도 무주택자와 임차인을 돕겠다는 것이다. 대신 영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상공인들이 타격을 받고 임대사업자와 다주택 소유자들이 세금 폭탄을 맞았다. 무산자를 위해 다주택 임대사업자, 영세사업자, 중소상공인 등 소위 '쁘띠 부르주아'를 핍박하는 '결과의 평등' 정책이다.

쁘띠 부르주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반이다. 이들이 생업을 위해,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주택자는 전세와 월셋집을 구할 수 있고 저임노동자는 취업 기회를 얻는다. 지금 정부의 정책은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쁘띠 부르주아를 계급의 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며 정부는 지난 3년간 무려 2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었다. 최근 통과된 부동산 3법은 종부세율을 최대 6%로, 양도세율은 최대 72%로, 법인의 주택 양도 추가 세율은 20%로 높였다. '임대차 3법'은 2년 계약을 4년으로 연장하고, 전월세 상한제(5% 이내 상승), 전월세 신고제로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하였다. 다주택 소유자의 투기가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고 진단하고 그들에게 징벌적 규제와 세금 폭탄을 안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되기는커녕 현 정부 들어 오히려 52% 뛰었고 전세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졸속으로 통과시키느라 야당과의 협의를 무시하였으니 정책 실패의 책임도 전적으로 정부 여당의 것이 되었다.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 반(反)시장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부 의도대로 국민들이 (어리석게) 따를 것이라 믿는 정책 담당자들의 치명적 자만에서 나온다. 국민들은 훨씬 똑똑하다. 정책이 바뀌면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책상머리의 관료와는 달리 자신의 돈과 재산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은 대부분 정부의 그릇된 정책 때문이다. 예컨대 아파트 분양가를 시세보다 훨씬 낮게 상한제로 묶어 놓으니 분양만 받으면 고액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투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탓하지 말고 분양가를 자유화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있기에 세입자가 주거지를 구할 수 있다. 주택 임대 수익과 부동산에 의한 자산 증식을 탐욕으로 매도하지만 타인에게 강제나 위해를 가한 것은 아니다. 정당한 부의 증식을 불로소득으로 매도하고 타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탐욕과 사익 추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것을 없앤다고 사회가 더 잘되는 것이 아니다. 베르나르드 망드빌은 1705년 그의 저서 '벌들의 우화'(The Fable of the Bees)에서 사익 추구가 사회 번영을 낳는 반면, 사익을 악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사회가 피폐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벌들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일할 때는 근면, 혁신을 통해 사회 전체가 경제 풍요와 안락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벌들은 물질적 사익 추구가 사악하다고 죄의식을 느낀다.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도덕적 행동만을 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경제적 빈곤과 문화의 부재라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였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107명이 다주택 소유자라고 한다. 공직자라고 해서 다주택의 처분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반시장적 부동산 입법과 규제를 폐기함이 옳다고 본다. 부동산도 다른 재화와 다를 바 없이 자유로운 시장이 합리적인 가격과 공급을 가져다준다. 세율은 낮추고 규제는 완화하여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발적인 거래에 맡긴다면 부동산 가격의 등락도 그들의 책임이 되므로 정부가 욕먹을 일도 없을 것이다.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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