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사국시 추가 응시 없다? 내년 전공의 수급 '대혼란' 예고

지역 의료계 "빅5병원 쏠림 극심…지방병원은 전공의 1명 못 뽑을 것"
2022년 의사 배출 2배되면, 반대로 3천명 인턴 자리 놓고 5천명 경쟁
공중보건의·군의관 신규 공급도 쉽지 않아 "최악 상황 막기위한 특단을"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날인 9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관계자가 응시생의 발열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날인 9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관계자가 응시생의 발열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가 응시 기회가 없다는 입장을 연일 밝히는 가운데, 내년도 의사 배출이 90% 가까이 줄어들게 되면 의료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두 차례 연기된 의사국시 신청 접수마감 결과, 응시자는 전체 대상자 3천172명 중 446명에 그쳤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이번에 의사국시를 거부한 2천726명(86%) 의대생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얘기다.

의대생들이 국시 추가응시 구제를 받지 못할 경우 국내 의사 수련체계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3천명→400명 "지방 수련병원 파행 불가피"

당장 2021년 인턴 모집부터 꼬이게 된다. 전국 수련병원들이 매년 3천여명 정도의 인턴 선발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400명 가량인 지원자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인턴 확보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배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지원자의 입장에선 수련병원을 골라서 갈 수 있겠지만, 이럴 경우 수도권 '빅5 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극명해질 것"이라며 "지방의 대학병원이나 일반 대형병원은 1명의 인턴도 선발하지 못하는 사태가 온다"고 우려했다.

의사국시 추가 응시 제한에 따른 의사인력 수급 차질은 기존 전공의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의 인턴들은 내년이면 레지던트 1년차가 되지만 후배가 없어 업무가 가중된다. 이는 레지던트 2, 3, 4년차들에게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결국 정상적인 교육 수련 시스템 운영이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이듬해 역시 문제다. 동일한 인턴 인원이 올라가는 2022년 레지던트 선발도 꼬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지방의 수련병원, 기피과목 등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중보건의·군의관 신규 공급도 쉽지 않아

이번 국시 미응시자들이 내년도 국시에 응시하면 인턴 선발은 정반대의 상황이 예상된다. 1년 후배들과 함께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된다.

신규 의사 배출이 매년 3천여명 정도인데, 2022년에는 5천명 이상이 한꺼번에 배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2022년도 인턴 선발에서 3천명 정원의 인턴 자리를 놓고 5천명 이상이 경쟁을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또 신규의사 배출 감소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나 군의관 같은 분야의 인력 공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공보의는 매년 600~700여명이 신규 배치되지만 내년엔 공급이 쉽지 않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필수적 분야를 중심으로 배치를 조정하고, 필요하다면 정규의사를 고용해 농어촌 취약지 의료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공급 의사 감소를 메우기 위해 고용할 의사를 구하는 것부터가 어렵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경북의 한 의료원 관계자는 "기존의 보건소 관리의사도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고용해 공보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말했다.

김상걸 경북대의대 교수회 의장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잘못된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의대생 국시 문제와 동맹휴학 문제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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