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정작 윤 총장의 둥지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보수진영에선 윤 총장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주도한데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끈 4·15 총선에서 참패를 기록한 이후 검사 출신이 보수정당의 간판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큰 탓이다.
특히 철저한 검찰주의자로 알려진 윤 총장을 대통령으로 밀어올리더라도 윤 총장이 보수의 이념에 충실한 국정철학을 보여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이에 보수진영 일각에선 윤 총장 대망론은 보수진영의 대선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보수진영에서 윤 총장의 부상을 가장 꺼리는 이유는 윤 총장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출신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 2016년 최순실 사법농단 특검의 4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 수사를 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보수진영을 향해 칼을 겨눈 것을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빌미가 된 수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이 보수진영에서 '우리 편'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투표일이 가까워지고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질 경우 이른바 '집토끼'(고정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윤 총장에겐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출신 당수(黨首)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상명하복(上命下服)에 익숙한 기질 때문에 복잡다단한 당내 역학구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당력을 집중해야 할 대선국면에서 당 안팎을 아우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인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황교안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정무감각을 익혔지만 그 정도였는데, 자타공인 검찰주의자인 윤 총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존 정당조직과 엇박자를 낼 공산이 크다"며 "검찰 출신 당수의 리더십 실패는 한번이면 족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윤석열 정권'의 정체성이 보수의 이념에 부합할 것이라는 장담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총장의 정치적 지향을 확인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보수정당의 당력을 윤 총장에게 집중해도 되느냐는 물음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목표인데 막상 대선 후 청와대의 국정운영 기조가 불분명할 경우 국회에서도 소수인 국민의힘으로선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다"며 "윤 총장이 보수정당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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