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호(號)가 표류하고 있다. 난파 직전이다. 난파선 곳곳에 누수 현상이 뚜렷하다. 가장 먼저 뛰어내린 이들은 문재인호에 가담한 검찰 수족(手足)들이다.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 서울남부지검장,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검사들이 가장 먼저 난파를 선언했다.
이들은 모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친정권 검사, 추의 남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호 아래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시키자 거의 모든 평검사들이 들고일어났다. 직무 정지를 시킬 만한 정당한 사유와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징계 절차에도 흠결이 있었다. 밀실에서 편법이 난무했다. 오죽했으면 사상 최초로 고검장, 지검장들이 성명서를 냈겠나.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무리수는 탈원전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권력을 정조준한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다.
압권은 추 장관이 임명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의 반기다. 그는 윤 총장 징계를 위한 추 장관 측의 윤 총장 수사 개시와 법무부 감찰위원회 건너뛰기 등에서 철저히 패싱당했다. 이에 반발한 류 감찰관은 감찰위원들에게 감찰위 소집을 부추겨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가 부당함을 알렸다.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이정화 검사는 윤석열 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안 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이런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법무부 직원들의 민간인 사찰과 월성 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된 공익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역대 모든 정권이 막으려 애썼던 레임덕(lame duck),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문 정권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권 비리 수사는 뭉개거나 차단하고, 비판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압도적 의회 권력을 앞세워 입법 독재를 한 탓이다.
문 정권의 막무가내식 정치에 권력 내부뿐만 아니라 진보 세력조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에 진행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졌다. 특히 호남, 충청권의 하락 폭이 컸다.
문 대통령이 옛 그리스의 도시 국가 시라쿠사에 있었던 다모클레스의 검을 알았더라면 앞서 언급한 사태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디오니시우스 왕의 신하 다모클레스가 단 하루 왕위에 올랐을 때 천장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이 매달려 있었다. 권력자일수록 불안과 위험, 위태로움이 존재하며 자신을 항상 경계하라는 교훈을 주는 고사다.
이처럼 권력자의 자리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 밑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정권을 잡을 생각만 했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가를 위한 권력 작동 시스템은 준비도, 안중에도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의 위법행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3년째 두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문 정권은 언론이나 지식인, 야당이 정권에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도 용납지 않는다. 여당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친문 세력들은 요절을 내버린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한 인간의 됨됨이를 정말 시험해 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권력은 무엇인가. 더 이상 청와대나 정부 내의 수족들 뒤에 숨지 말고 난파선에서 가장 먼저 달아난 세월호 선장처럼 되지 않으려면 당당히 현안을 설명하고 국민과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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