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홍준의 시와 함께] 희방사역/ 손석호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연화봉 너머
얼어 있던 별들은 다 녹았을까

터널을 빠져나오자
하얗게 날아오르는 사과꽃

지난겨울에 올라간 나는
하산 않고
군데군데 하얗게 남았는데

곧 기차는 도착하고
백 년 후 네가 뛰어오고
허물어지는 언덕

묘지 방향으로
기차가 떠나고
홀로 남은 역
입 꽉 다문 대합실

나무의자 옹이에
오래된 사과 냄새가 났다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곳이 있다. 희방사역이 그런 곳이다. 청량리에서 밤 기차를 타고 내려올 때, 성에 낀 차창에 젊은 내 얼굴을 비춰보며 얼마나 많이 나는 쓸쓸했던가. 있는 힘을 다해 밤 기차가 죽령을 넘을 때 어떤 아득한 곳으로 내 인생도 가버렸으면 했다.

지난 12일은 희방사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날이다. 지나치기만 했을 뿐, 한 번도 내려보지 못한 역. 주섬주섬 풍기읍 사람들이 선반 위의 짐을 내리던……. 희방사역은 이제 기억 속 그리움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연화봉 위의 별들은 이제부터 제대로 얼어 더 빛날 것이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하얗게 날아오르는 사과꽃'과 '입 꽉 다문 대합실//나무의자 옹이에/오래된 사과 냄새'. 소백산 천문대야. 잃어버린 내 청춘의 별들아. 새봄이 오면 내 죽령 옛길을 다시 한번 가보리라.

유홍준 시인
유홍준 시인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비판이 청와대와의 충돌로 이어지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유 작가는 대통령...
대구시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년들에게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실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21억원을 들여 '사회연...
형법 제328조 1항의 친족 간 재산범죄 형 면제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71년 만에 효력을 잃고, 올해 추석에는 친고죄로 일원화된 새...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생포가 쉽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