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옆에 다가가 가만 귀를 기울여보면 참으로 별 게 아니다. 저게 뭐 그리 웃을 일이라고 배꼽을 잡을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이 나보다 훨씬 큰 사람이라는 걸.
지난 한 해 아이들은 학교도, 놀이터도, 친구네 집도 편히 갈 수 없었다.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느라 친구들 웃는 낯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팍팍하고 고된 세상 속에서 해맑고 굳세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칭찬 받아 마땅하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 책이라도 한 줄 더 읽어라 다그쳤던 어리석음을 사과하고 싶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하는 글을 쓰겠다. 꼭 읽어주지 않아도 좋다. 까르르 웃고 노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잘 된 일이다. 심심하면 놀러오라고 책장만 활짝 펼쳐두겠다.
이 세상에 마법은 없다는 걸 뻔히 아는 나이가 되었어도, 혹시나 내 인생에 단 한번은 마법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런 어수룩한 순진함 덕에 동화의 세계에 뻔뻔하게 발을 들이밀 수 있었나보다.
아이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아낌없이 전해주는 찬희와 재희,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 좀 더 글을 써보라고 고개를 끄덕여주신 매일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는 지금부터 책가방에 하얀 종이와 몽당연필과 때 묻은 지우개를 담아 머나먼 길을 떠나겠다. 내가 가진 무기가 미천해도 나는 든든하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내 귓가에 어디로 가야할지 속삭여줄 테니까. 이제 출발이다.
◆박규연
1980년 서울 출생
덕성여대 의상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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