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나리'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 탈락…인종차별 논란

외국영화상 후보로 분류…영화인들 "이보다 미국적인 영화 없어"

영화
영화 '미나리'

영화 '미나리'가 내년 2월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영화인들과 비평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최근 출품작에 대한 연례 심사를 마쳤다며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 글로브는 그 영향력이 아카데미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린다.

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나리'에서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나리'는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했으며, 정이삭 감독과 주연 스티븐연이 한국계 미국인인 미국영화다. 이에 현지에서는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페어웰'의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룰루 왕은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구식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방송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 중인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도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어쨌든 외국 영화라고 슬프고 실망스럽게 상기시킨다"고 적었다.

같은 시트콤에 출연 중인 시무 리우 역시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그것보다 더 미국적인 게 뭐냐?"고 되물었다.

김윤진과 함께 미국 인기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도 "미국이 고국인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셈"이라고 적었다.

연예매체 인디와이어의 수석 평론가 데이비드 에를리히는 "미국에서 다른 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미국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본질적으로 미국 영화"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잡지 페이스트의 영화 담당 기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도 영어 비중이 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며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보도한 버라이어티 또한 '미나리'에 대해 "미국으로 이민 온 가족이 언어 및 문화적 장벽과 씨름하면서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며 "그 어떤 것도 이보다 더 미국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나리는 지난 2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미국영화 부문 관객상을 받은 이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매년 1월 열리던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미뤄 내년 2월 28일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후보는 같은 달 3일 발표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