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베아티투도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친구가 SNS로 새해 메시지를 보내왔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백신 어렵게 구했어요'라는 글귀와 함께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관심사다 보니 흰 고무신을 백신으로 빗댄 언어유희다. 그런데 '백신'(vaccine)이라는 말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백신과 소, 흰 고무신이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엉뚱한 말은 아닌 듯싶다.

아직 음력 설까지는 40일가량 남았지만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띠' 해다. 흰색은 10간(干) 중 경신(庚辛)이 백(白)을 상징한 데서 나온 것이다. 사람이 보기에 소는 '근면하며 우직하고 고집 센'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황소고집이라는 말도 있으나 한편으로 소를 생각하면 여유롭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소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느릿하지만 부지런하고 충직한, 긍정적인 의미다.

연휴에 읽은 한동일 교수의 글에서 '베아티투도'(beatitudo)라는 라틴어 단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2017년 출간 이후 몇 년 만에 100쇄나 찍은 화제의 책 '라틴어 수업'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말로 '행복'을 뜻하는데 복되다(beo)와 태도·마음가짐(attitudo)이라는 뜻의 명사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글쓴이는 베아티투도에는 '태도나 마음가짐에 따라 복을 가져온다는 뜻이 담겼다'고 풀이했다.

그런데 현실을 되돌아보면 나 자신은 물론 이런 복된 태도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감정을 우선하고 이념·가치와 충돌하며 생업을 핑계로 제 이익에 눈이 흐려진 사람이 더 많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처럼 위기의 강도가 강할수록 베아티투도와 정반대의 길로 가는 부류가 더 많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속성 때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까닭에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음을 맞는다'는 로마시대 경구가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눈앞에는 건너기 어려운 코로나 역경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바른 마음가짐으로 복된 시간이 되도록 모두가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2021년 한 해도 우리가 뜻한 대로 달라질 수 있다. '베아티투도'를 올 한 해의 화두로 삼고 실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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