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자(晏子)는 임금 주변에서 아첨하는 무리를 일컬어 사서(社鼠)라 했다. 사서는 '사람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사당에 숨어 사는 쥐'를 말한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는 사나운 개, 즉 맹구(猛狗)라 불렀다. 역사적으로 사서와 맹구에 파묻혀 세월을 보내다 몰락한 지도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이 선택해서 혹은 조작해서 제공하는 정보에 자만하거나 놀아나다 보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자는 이를 경계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말기가 그랬다. 사서와 맹구에 둘러싸여 세상 물정에 어두웠다. 사람을 쓸 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탓도 컸다. 아들을 양자로 바치며 충성 맹세를 한 이기붕을 2인자로 간택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사서가 힘을 얻으면 맹구가 된다. 이들은 리더의 눈과 귀를 가리고, 백성에 군림하려 든다. 국정은 엉망이 되고 민심은 떠나간다. 어리석은 리더는 극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한다. 제가 가진(혹은 가지게 된) 확증편향을 고집하다 결국 몰락한다.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자 우유를 많이 마시게 하라 했던 이승만이었다.
민심과 동떨어진 언어를 쏟아내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승만의 말기를 닮았다.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1일 현재 전 세계 36개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군사작전 하듯 백신 접종을 몰아붙인 이스라엘은 이미 국민 100명당 11.55명꼴로 백신을 맞았다. 빠르면 올 2분기, 늦어도 3분기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36개국에 속해 있지 않다. 대통령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속단했던 코로나는 연말연시 확산세가 더 가팔라졌다. 전파력이 70% 더 강하다는 영국발 변종 바이러스도 상륙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국민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갈구한다. 접종 지연에 따른 국민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언론이 백신 관련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한다. 백신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접종이 늦어질 것이란 염려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 소식을 접하며 국민은 분통이 터지는데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에서 기적 같은 선방을 하고 있다"고 딴소리를 한다. 대통령의 딴소리가 청와대라는 사당에 숨어든 쥐 탓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문 대통령의 어록은 끝이 없다.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더니 대통령이 자신한 부동산 정책으로 민심은 폭발 지경이다. 맹구가 된 추미애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검찰 개혁'의 온전한 의미를 불살라버렸는데도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을 치켜세웠다. 온 나라를 두 쪽으로 쪼개 놓은 조국을 향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맹구들은 이제 국민이 법치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법원까지 '적폐 집단'으로 낙인찍어 공격한다. 이런 나라가 문 대통령이 말한 나라다운 나라일 수 없다.
미국 역대 최고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링컨은 백악관 입성 후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이제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적들 말이다."
여기서 링컨이 말한 '적'이란 야당이나 정적이 아니다. 사서와 맹구 떼다. 문 대통령이 이제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면 이들을 내치고 '내 편' 아닌 온 국민으로 언로를 넓혀야 한다. 순치되지 않은 언론을 탓하기보다는 그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 민심과 여론이 담겨 있어서다. 새해엔 대통령이 변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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