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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하락에도" 대게 소매가 마리당 3천원↑…왜?

경매가격 20% 이상 떨어져도 소매가 상승 '대게값 기현상'
코로나 검사 대상된 선원들 강제 귀항…위판량 몰려 상인들 물량선점 경쟁
‘앞으로 물동량 줄어들 것 같아서’ 상인들 연휴 대목 톡톡히 챙겨

지난달 말 포항 구룡포수협 위판장에서 대게 경매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지난달 말 포항 구룡포수협 위판장에서 대게 경매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최근 대게 경매가격이 경북 포항 구룡포를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지만 오히려 소매가는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포항시와 구룡포수협 등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일반 대게(속칭 물게)의 한 마리당 평균 경매가는 예년보다 20~30% 하락한 7천원선 가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게 소매가는 한 마리당 평균 1만5천원선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2천원선)보다 오히려 올랐다.

이같은 엇박자식 가격 형성은 포항 구룡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낳은 이례적인 상황 때문이다. 국내 대게 생산량의 40%를 책임지는 구룡포항에서는 최근 확진자 41명이 발생하면서 특별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조업에 나섰던 선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30일까지 강제 귀항해 예상보다 일찍 대게를 위판했고, 이에 반해 상점들은 지난 3일까지 휴업하면서 지역 내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

결국 위판량이 한꺼번에 몰리며 경매가격은 하락했고, 다른 지역 경매상들이 구룡포지역에 들어오지 못한 탓에 구룡포 도매상에서 타지역 도매상으로, 다시 지역별 소매상들으로 전달되는 과정에 중간 마진이 추가됐다. 게다가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풍랑경보로 선박들이 3일에 겨우 조업에 나서면서 엇박자식 가격 형성을 부채질했다.

이런 상황에 상인들이 물량 선점을 위해 경쟁을 벌여 소매가는 비싸진 것이다.

포항지역 한 대게 상인은 "황금연휴기간 대게 소비량이 엄청 늘었다. 지금 물량을 다 팔고 나면 한동안 수족관을 비워둔 채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까지 감안해 소매가격이 결정된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연휴 대구에서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시민 A(47) 씨는 "경매가격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큰 마음 먹고 찾았는데 평소보다 대게값이 오히려 비싸서 화가 났다"며 "경매가격과 상관없이 자신들 처지에 맞춰 가격을 멋대로 올리는게 바로 바가지 상술"이라고 했다.

한편 일반 대게 1마리당 평균 경매가격은 5일 예년과 비슷한 1만원선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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