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오페라하우스 ‘캐스팅위원회’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지난해 신설한 '캐스팅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많다. 내규에 따르면 '캐스팅위원회는 필요 출연자(배역별)의 2배수 이상 후보를 선정해 대표에게 추천한다'고 돼 있다. 예술감독은 캐스팅위원회 5명 중 1명으로 참여해 사실상 캐스팅에 5분의 1인(人) 역할을 한다. 예술감독이 있음에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캐스팅위원회를 만든 것은 현 감독이 자신과 가까운 성악가들을 주요 배역에 캐스팅한다는 비난 여론 때문이라고 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한 해에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작품 수에 비해 무대에 서기를 희망하는 성악가는 수십 배 더 많다. 어떤 방식으로, 누가 출연자를 선정하더라도 출연하지 못하는 성악가가 다수이고, 불만은 나오기 마련이다. 캐스팅위원회는 그런 구조적 문제를 '예술감독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주요 작품, 주요 배역에 다수 성악가를 골고루 출연시키는 건 곤란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성악가 개인에게 중요한 성취인 동시에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해야 할 목적물이기 때문이다. '고른 기회'는 후진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규모가 작은 작품에나 적절한 가치다. 몇 안 되는 주요 작품에 '고른 기회'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는 공연 기획 및 제작 담당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예술감독을 별도로 선임하는 것은 그 전문 능력을 활용하려 함이다. 특히 예술감독에게는 정년 보장이 아니라 짧은 임기만 주어진다. 그 기간에 자신의 능력, 철학, 비전으로 성과를 내라는 의미다.

감독에게 작품 배역에 맞는 성악가를 뽑는 권한은 오페라 제작의 필요조건이다. 자신이 구상하는 색깔을 낼 성악가 선발 권한을 주지 않겠다면 '자기 색깔'을 내지 말라는 말이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 중 감독에게 캐스팅 전권을 주지 않는 극장은 없다. 일단 감독을 선임했으면 소신껏 일하도록 전권을 주고 결과에 책임을 묻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예술감독을 둘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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