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죽은 엄마를 5개월이 지나도록 방치한 발달장애를 가진 노숙인과 한파 속 내복 차림 아동 방치의 안타까운 뉴스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각지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른바 라면 형제 화재 사건으로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IMF를 전후하여 제기된 위기·사각지대 조기 발견과 지원은 모든 정권이 표방한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현 정부는 읍면동 단위에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구성, 운영하도록 한 것도 모자라 작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50명에 달하는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을 별도로 위촉하여 운영하도록 했다. 나아가 행정안전부는 인적·물적 안전망 구축, 운영과 공공서비스 연계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그 계획과 결과를 제출하도록 해 평가하고 있다. 복지시스템으로는 촘촘한 그물망을 설치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애초부터 예견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사각지대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반성과 지속가능한 해결 방안에 대한 숙고 없이 단기간의 대증적 처방으로 일관하는 행태의 반복이 그 원인이라 할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사와 정량적인 실적 지상주의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문제보다 전문가, 자원과 권한을 가진 자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제공자 중심의 사업 행태가 계속되는 한 똑같은 문제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이웃사촌복지', 경북도 민선 7기 이철우 도지사가 야심 차게 도전하는 사회복지 분야 정책 목표다. 이웃사촌복지는 산업화, 도시화의 폐해를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경북도의 정책적 노력이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공동체적 돌봄 문화를 조성하고, 이웃 간의 친밀한 신뢰 관계를 토대로 제도적 사회보장체계가 가진 한계를 보완해 마을 중심의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2019년 하반기부터 4개 시군에 중간 지원 조직인 이웃사촌복지센터를 설치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동시 이웃사촌복지센터는 농촌 지역 마을을 대상으로 6, 7가구가 서로의 안부와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동아줄'이란 이름의 사촌 맺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함께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주민 중심 공동체 돌봄 문화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성주군 이웃사촌복지센터의 '두루두루봉사단', 의성군 이웃사촌복지센터의 '정성담아', 해결되지 않은 숙원 민원이었던 무허가 건물을 주민들의 논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소통과 공동체 돌봄공간으로 리모델링한 포항시 이웃사촌복지센터의 '마을관리소, 희망나루터'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더 적극적인 주민 주도의 근린안전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도시와 농어촌을 불문하고 철저히 주민의 생활과제에서 의제를 찾고, 주민의 뜻과 힘을 모아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가꾸는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면 팍팍한 삶이 빚어내는 우리 사회의 비극들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근본적으로 긴 호흡으로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 마을살이 문화를 되살려 놓는 이웃사촌복지, 이웃공동체 회복이야말로 평생 사회안전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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