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 대비 이렇게' 대구 비수성구 일반고 6곳의 노력

경덕·경상·효성여고, 학생 희망 진로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
경원·구암·다사고, 진로 진학 정보와 경험 공유해 실력 키워

'수성구 학교,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이런 말을 실증한 대구 고교들이 여럿 있어 눈길을 끈다. 비(非)수성구 일반고인 경원고, 구암고, 다사고와 경덕여고, 경상여고, 효성여고 등 6개 학교도 그 범주에 든다. 이들 고교는 다양한 노력으로 수시모집에서 서울 상위권 대학과 국립대에 다수 학생을 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려고 애쓰는 게 이들의 공통점. 소인수 과목을 챙기기 위해 공동교육과정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직 학생 눈높이에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녹록지 않은 여건을 헤치고 변화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는 건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이들 학교가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훑었다.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학생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교 간 또는 대학 등 지역사회와 힘을 모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상여고의 과학정보수리 융합중점과정. 경상여고 제공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학생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교 간 또는 대학 등 지역사회와 힘을 모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상여고의 과학정보수리 융합중점과정. 경상여고 제공

◆섬세하고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한 학교들

비수성구 일반고인 데다 여학생들만 다니는 여고다. 대구 경덕여고, 경상여고, 효성여고의 공통점이다. 비슷한 점은 더 있다. 학생 진로를 고려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런 과정들은 학생부 기록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고,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서구 경덕여고(교장 정상화)는 인문·과학 교과 특성화 교육과정 등을 통해 학생의 적성, 소질, 진로 설계에 맞춰 진학 지도를 시행했다. 1학기에 ▷철학 ▷보건 ▷심리학 ▷프로그래밍, 2학기엔 ▷실용경제 ▷사회과제연구 ▷생명과학실험 ▷응용 프로그래밍 개발 등 다양한 과목을 운영했다.

학생들의 흥미와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했다. 학생들이 예술강사를 통한 연극 동아리 활동, 동아리 리더 캠프, 모의UN 등 진로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 자료는 '경덕 행복 제작소'라 이름 붙인 진로진학 포트폴리오 시스템에 체계적으로 누적, 관리했다.

북구 경상여고(교장 권효중)에선 '과학정보수리 융합중점과정'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교육부가 지정, 운영하는 과정으로 현재 학년당 3개 학급을 운영 중이다. 심화수학Ⅰ과 Ⅱ, 고급수학Ⅰ과 Ⅱ, 융합과학탐구, 과학Ⅱ, 정보, 프로그래밍, 정보과학 등 심화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지도한다.

이공계열 여성 인재를 양성하자는 게 이 교육과정의 설치 취지. 그에 걸맞게 창의융합과제연구, 지식재산일반 등 정규 교육과정과 주제융합수업 및 지식확장독서, 창의융합캠프, 토요과학탐험대, 진로 e-멘토링 등 다양한 연계 교육활동을 진행해 대입 수시모집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달서구 효성여고(교장 이대희)는 다수 과목을 '학기 집중 이수제'로 운영한다. 이는 학년이 아니라 학기를 기준 삼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방식. 다양한 교과목을 편성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서다. 심리학, 교육학, 보건, 고전읽기, 고급수학, 고급생명과학 등 소수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도 운영 중이다.

'학교 속 작은 학교'는 효성여고의 특색 프로그램. 사회적경제실천학교, 샛별인문고전학교, 생명평화실천학교 등 더 깊이 배우고 싶은 분야들로 나눈 뒤 학교별 15회 이상 특강, 토론 등을 통해 탐구한 내용을 기록하고 발표하는 과정이다.

진로를 설계하고 진학 전략을 짜는 데 있어 교사, 선배들의 경험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구암고의 맞춤형 진로진학 캠프 운영 모습. 구암고 제공
진로를 설계하고 진학 전략을 짜는 데 있어 교사, 선배들의 경험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구암고의 맞춤형 진로진학 캠프 운영 모습. 구암고 제공

◆진로·진학 노하우를 잘 활용한 경원고, 구암고, 다사고

남학생만 다니는 학교도, 남녀공학도 있다. 사립고도, 공립고도 있다. 경원고와 구암고, 다사고는 구성부터 다양하다. 다만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비슷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쌓아온 진로 및 진학 지도 노하우를 적절히 활용해 서울 상위권대와 지역 국립대에 다수 합격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달서구 경원고(교장 정규석)는 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기 위해 학생의 수요 조사 결과를 반영, 매년 개설 과목 수를 늘려가고 있다. 1학년을 대상으로 졸업생·재학생 선배, 교과별 대표 교사들과 교육과정 선택과 학습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 '교육과정 페스티벌'도 운영한다.

계열별로 관심 있는 전공과 관련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진로 및 전공 심화 독서 프로그램', 심화과목 수업, 학교 자체 모의고사 운영도 이곳의 특징. 그 외에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과의 만남, 멘토와 멘티 학생이 협력 학습을 진행하는 '80일간의 학습 일주 동아리' 등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들이 눈에 띈다.

달성군 다사고(교장 김재원)는 학교의 힘만으로 운영하기 쉽지 않은 '게임 프로그램' 과목을 진행하기 위해 지역 대학과 손을 잡았다. 1학년 창의융합 과제연구, 2학년 연극, 3학년 현대사회와 철학 등 학년별 특색 과목을 편성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다.

진로와 진학 관련 경험을 나누는 데도 신경을 쓴다. '삼삼오오 온라인 전공학과 멘토링'은 대학 학과에 대한 정보를 실제 전공자가 나서 전해주는 프로그램. 연말엔 1, 2학년과 입학 예정 학생을 대상으로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3학년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북구 구암고(교장 조이영)는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얻은 비결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업을 실시한 점을 꼽는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게 소인수 과목 수업을 개설하고 교사들은 수행평가 결과를 학생부에 학습이력으로 기록, 관리할 수 있게 '평가-기록 일체' 시스템으로 수업을 실시했다.

'졸업생 선배와 함께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코칭'과 '심층 면접 코칭' 등은 진학 성과를 높이는 데 큰 보탬이 된 프로그램. 조이영 교장은 "코로나19 탓에 교육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 맞춰 수업을 바꾸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덕분에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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