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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책 읽어주는 부모들에게 박수를!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내 문학의 원천은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밤마다 아들이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동화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항상 이야기의 결말 부분은 말하지 않고 어린 괴테에게 완성해 보도록 요청했다. 아들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상상하면서 창작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했던 것이다. 지금도 책 읽어주는 부모들 사이에서 괴테의 어머니가 했던 '잠자리 독서'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필자도 괴테 어머니처럼 '엄마표 독서'로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두 아이는 일곱 살, 네 살이었다. 매일 퇴근 후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큰 아이에게 집중해서 읽어주다 보면 작은 아이는 삐치며 떼를 썼다. 서로 자기 책을 먼저 읽어 달라며 보채기도 했다. 우리 부부는 주말부부였다. 남편은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였기에 혼자서 고군분투했다. 주말에 집에 오는 남편에게 책을 읽어주기를 요청하면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하다며 투덜거려 가끔씩 부부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요즘 공공도서관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주로 유아와 초등 저학년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다. 아빠와 동행하는 가족들이 많아 평일보다는 주말에 이용자가 더 많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근무하는 도서관에는 평일보다 주말의 도서 대출량이 서너 배 많은 편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이용자들은 한꺼번에 많은 책을 빌려가는데, 아예 큰 장바구니나 쇼핑 수레를 끌고 온다. 대출한 책을 반납하고, 원하는 책이 있는지 검색하며, 새로 들어온 책 코너에서 세심하게 내용을 살핀다. 서가를 다니며 책을 고르는 역할은 주로 엄마들의 몫이다. 그 시간에 아빠들은 주로 구석진, 한적한 곳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엄마들이 쇼핑하듯 고른 책을 가방이나 수레에 담아 차로 옮기는 역할을 아빠가 담당한다.

지역 공공도서관에 가족 단위 이용객이 북적이게 된 것은 2007년 도입된 '북스타트 운동'의 영향이 컸다.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의 운동이었다. 북스타트 운동은 도서관의 어린이 자료실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들을 위해 짙은 갈색 서가는 알록달록 굴곡형 서가로 바뀌었고, 책상과 의자는 원형과 마름모꼴의 책상과 편안한 쇼파로 교체되었다. 특히 독서공간이 따뜻한 난방이 들어오는 온돌마루로 바뀌면서 발길이 더욱 늘어났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많다. 아이들의 독해력, 어휘력, 상상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부모와 정서적 친밀감까지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최고의 자녀 교육 중 하나가 바로 독서 교육이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도서관 이용 시 지켜야 할 수칙이 많아졌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은 물론이고 발열체크 후 방문기록도 남겨야 하고 자료실에 착석해 책을 보기 위해서는 번호표도 받아야 된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모두 감내하며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바쁜 시간에 짬을 내어 도서관을 방문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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