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개인택시, 공짜 단말기 돈 주고 산 건 '보조금 챙기기' 꼼수

택시기사 개인이 단말기 설치하면 무료 설치·관리
돈 주고 샀다는 단말기도 알고보니 약정기간에 위약금 걸려

18일 오전 포항시 남구 상도동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정차 중인 포항 택시들. 배형욱 기자
18일 오전 포항시 남구 상도동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정차 중인 포항 택시들. 배형욱 기자

경북개인택시조합 포항시지부(이하 지부)가 2018년 진행한 'IC카드·미터기 일체형 단말기 교체사업'(매일신문 17일 자 8면 등)이 사실상 포항시 보조금을 챙기기 위해 추진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18일 택시단말기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부가 사업 당시 택시에 부착한 단말기와 비슷한 기종의 경우 약정 사용기간을 걸면 기기를 무료로 설치하고 무상 수리까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 당시 지부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직접 업체를 정해 단말기를 부착한 개인택시 25대는 96개월 약정을 걸고 무료로 설치했다.

약정이 있는 이유는 카드 수수료 때문. 단말기는 IC카드사가 자체 시스템을 부착한 미터기를 들여와 택시에 설치를 해주는 방식이다. 개인이나 단체와 계약을 맺고 무상 설치하는 대신 약정기간 중 카드 수수료(결제액의 2.1%)를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택시는 무료로 최신 단말기를 설치하고, 업체는 정해진 기간동안 수수료 수익을 보장받는다.

IC카드업계 관계자는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택시기사가 단말기를 달려고 하면 무료로 설치할 수 있고, 유지 관리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부는 굳이 단말기를 1대당 40만원씩 계산해 1천900대를 사 온 뒤 택시에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포항시 보조금이 2억2천800만원(사업비 7억6천만원의 30%)가 들어갔다. 이후 단말기 업체는 홍보비 명목으로 지부에 1대당 37만원씩 7억여 만원(부가세 포함)을 줬다. 지부의 자부담(사업비의 70%)이 5억3천여 만원임을 감안하면 이 사업으로 지부는 1억원 가량 이득을 본 셈이다.

게다가 지부가 구매했다고 주장하는 단말기를 택시기사가 해지할 때엔 기사가 위약금을 내야 한다. 지부 소속 한 택시기사를 통해 단말기업체 측에 확인한 결과 약정은 2018~2026년(96개월)이고, 위약금은 34만원이었다. 이는 업체가 지부 측에 택시 1대당 지급한 홍보비에서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과 같다.

지부 관계자는 "이번 일 때문에 2019년에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현 집행부를 음해하는 일부 소수자의 주장일 뿐이며, 이 때문에 현재 지부의 명예가 현저하게 침해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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