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월대보름 축제·행사 줄취소…시장 상인들 한숨만

대구 전통시장 정월대보름 앞두고 손님없어 '썰렁'
대구시 8개 구·군도 정월대보름 행사 줄줄이 취소
나물 못 팔면 모조리 버려야해, 재고 처리 걱정 커

24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중구 번개시장. 상인들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각종 견과류를 준비해뒀지만 정작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없다. 임재환 인턴기자
24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중구 번개시장. 상인들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각종 견과류를 준비해뒀지만 정작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없다. 임재환 인턴기자


"정월대보름 대목도 옛말입니다. 식품을 전년 대비 30% 정도만 준비했는데도 수요가 없으니 모두 버려야 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합니다."

정월대보름을 이틀 앞둔 24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서문시장. 예년 같으면 정월대보름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날 눈에 띄게 한산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농산물을 실은 3.5t 냉동차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래순·취나물·피마자·고사리 등은 매년 정월대보름의 반짝 매출을 책임졌지만 올해는 소쿠리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장을 찾는 사람이 없는데다 지방자치단체마저 정월대보름 축제를 취소하면서 재고 처리 걱정을 해야할 판이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정월대보름 행사는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됐다. 기초지자체들도 매년 신천둔치,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달집태우기 ' 등 정월대보름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아예 없앴다. 남구는 예산마저 편성하지 않았다.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나물과 부럼 등 먹거리를 대거 준비한 전통시장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서문시장 상인 A(65) 씨는 "정월대보름이 설 명절 다음으로 큰 의미가 있었는데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정월대보름 음식을 찾지 않는다"고 했다.

재고 처리 생각에 상인들의 한숨은 더 는다. 설 명절용 먹거리도 소비하지 못한데다 정월대보름 음식마저 팔리지 않을 기미가 보이면서 남은 식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 크다.

남구 명덕시장에서 양곡을 판매하는 B(72) 씨는 "설 명절에 판매하려고 비치해 둔 쌀과자, 쌀강정 등도 처리하지 못했고, 남은 곡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월대보름 먹거리를 사러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내가 먹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버리거나 이웃에 나눠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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