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려 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외삽(外揷·extrapolation)의 오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또는 현재의 추세가 무기한으로 똑같이 계속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좋은 예다. 오웰은 나치 독일, 무솔리니의 파시즘, 프랑코의 스페인, 스탈린의 소련 등 1940년대에 전체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보고 이런 추세가 지속, 강화돼 1984년에는 전 세계가 전체주의의 지배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공상과학소설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하인라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1952년 펴낸 'Where to?'(어디로 갈까?)에서 기괴한 예측을 했다. 그는 사회가 사람들에게 입을 것을 요구하는 의복의 가짓수가 지난 세기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 추세가 계속돼 미래에는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허용될 것이라고 했다.
소련의 계획경제가 자본주의경제를 추월할 것이란 예측도 빼놓을 수 없다. 그 근거는 사회주의 혁명 이후 소련이 보여준 높은 경제성장률이었다. 혁명 초기의 혼란을 거친 뒤 소련 경제는 1960년대까지 매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소련은 1989년 망했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예측을 미시시피강 길이 변화에 빗대 신랄하게 비꼬았다. 계산해 보니 지난 170년 동안 미시시피강 하류가 240마일이나 줄어들었는데 이는 연평균으로 1과 3분의 1마일이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강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미시시피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해 대선에 출마하는 이른바 '제3지대론'에 대해 "제3지대에서 성공한 예는 없다"고 했다. 2021년 대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2017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제3지대'를 노렸던 여러 인사가 결국 양당 체제를 깨지 못한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말이 맞을지 틀릴지 아직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예측치고 맞은 것은 거의 없다. 더구나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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