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발생한 대구 북구 팔거천 물고기 집단 폐사는 대구시의 허술한 하천 관리가 빚은 참사다. 관할 북구청과 대구시는 사고 직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다. 일단 팔거천 상류 지역에서의 폐수 무단 방류나 도로 공사로 인한 하수관로 파손, 농약 등 화학물질 유입 등이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이번에 물고기가 폐사한 채 발견된 팔거천 구간은 진흥교와 운암교 구간 약 2.7㎞다. 무려 2t에 달하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당국이 서둘러 수거했는데 이런 불상사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충격은 크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은 허술한 하천 관리 실태다. 칠곡군 동명면과 북구 동호동 등 팔거천 중상류 지역 대부분이 공공 하수관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하수 처리 외 구역'이기 때문이다. 동호동의 경우 13%만 하수 처리 구역에 속한다. 물론 하루 오수 발생량이 2㎥를 넘는 하수 처리 외 구역의 건물과 시설은 자체 오수처리시설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이 오수처리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느냐다. 하천 주변 공장과 주택 등 시설에 대한 당국의 현장 점검이라고 해봐야 1년에 고작 한 번이 전부다. 만약 생활하수가 지속적으로 팔거천에 유입되고 소홀한 감시를 틈타 주변 공장 등에서 오염물질을 몰래 방류한다면 언제든 물고기의 떼죽음이 재발할 수 있다. 팔거천 환경 정비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한순간에 자연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음을 이번 사태로 확인한 것이다.
시민의 공유 자산인 자연환경을 오염시킨 원인 제공자에 대한 발본색원과 엄한 처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하수관로 증설 등 인프라 확대와 오폐수의 철저한 자체 정화 처리 등 환경에 대한 인식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국의 엄격한 하천 관리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근본 대책을 게을리한다면 팔거천 등 지역 하천은 지속 가능한 수변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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