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못 해놓고, 꼬우면 이직 하든지" 조롱한 LH직원에 경찰 "죄명 고민 중"

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LH는 임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투기 목적으로 해당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LH는 임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투기 목적으로 해당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신도시 불법 투기 의혹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자신이 LH 직원이라 주장하며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지"라고 조롱글을 작성한 작성자에 대해 경찰이 수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 고위관계자는 12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LH 직원 중 조롱하는 글을 쓴 사람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묻겠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죄명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작성자의 법적인) 신분도 고민해야 한다"며 "사이버 수사팀에서 검토는 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블라인드는 이용자가 소속된 직장의 이메일을 통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만큼, 조롱글의 작성자가 실제 LH 소속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높았다.

해당 작성자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물 흐르듯 지나갈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며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 놨는데 어떻게 찾을거냐"라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쳐.

이어 "니들이 아무리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며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던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하는 거 극혐(극도로 혐오) 쯧쯧"이라고 조롱했다.

또 다른 블라인드 이용자는 "왜 우리한테만 XX하는지 모르겠다"며 "사내에서 듣기로 정치인·국회의원이 해쳐먹은 게 우리 회사 꼰대(어른 또는 상사)들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쪽에 정보를 요구해 투기하는 걸 몇 번 봤다"고 발언했다.

여론의 분노가 거세지자 LH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LH는 10일에 낸 보도자료에서 "LH 임직원은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LH 전·현직 직원등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조롱글의 여파는 정치권에까지 미쳤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LH 땅투기 의혹 등'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해당 조롱글 작성자에 대해 "용서 받아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묻고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직자의 품격을 손상 시키고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더하는 행태는 용서 받아서는 안된다"며 "가능한 방법으로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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