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이 바투 앞인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 모퉁이에 '더코너북스'라는 동네책방이 생긴 건 코로나19의 쓰나미가 덮치기 직전인 지난해 2월이었다. 문을 열고 며칠이 지났을까. 31번 확진자가 대구에서 발생했다며 마스크 착용 일상화를 방역당국이 강하게 주문하기 시작한 때였다.
앞산 아래 맑은 공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더코너북스는 동네 문화공간이 되고자 했던 처음의 마음을 다시 먹는다. 오로지 영감을 전하는 책 문화를 퍼뜨리고 싶다는 82학번 이영희 책방지기의 다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마음이기도 했다.

자신을 소개하며 건넨 명함에는 여러 능력이 적혔다. 가장 눈길을 끈 건 MBC청소년문학 당선이었다. 등단작가였다. 손원평, 구병모 같은 내로라하는 청소년문학 작가군들이 스치면서 그를 다시 올려다봤다. 외려 작가라는 칭호에 겸연쩍어했다.
몸에 밴 겸손인지 책방이 작아서 내세울 게 많지 않다고 또 겸손해했다. 애초 책방을 연 것도 공동체의 목적이 더 컸다고 했다.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던 그는 2002년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시댁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앞산을 앞에 둔 살기 좋은 동네에 카페가 많이 생기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문화공간이 없다는 점은 그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냥 집을 팔고 나갈까 하다가 생각을 고쳤다. '동네를 조금씩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주택가 모퉁이에 있어서 '더코너북스'라는 이름을 붙였냐고 물으니 가족 의견을 수합한 결과라고 했다. 뉴욕시 15번가 '더코너북스토어(The corner bookstore)'에서 따왔다고 한다. 1978년 문을 연 그곳처럼 역사를 가지고 싶다는 희망도 담았다.

북큐레이션은 독립출판물과 대형출판사들의 책들이 혼재돼 있다. 너무 감성적이지만 않으면 생각하게 하는 책들을 위주로 비치했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이력을 살려 그림이 절반 이상인 책도 냈다. 판매용이 아닌데 굳이 사가겠다는 이들이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제목이 '할머니는 괜찮아'다.
커피나 음료가 없다.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그는 고개를 젓는다. 뒤죽박죽되면 안 될 거 같다며 돈을 벌 수 없어도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했다. LP에서 음악이 줄곧 흐르면서 자신도 읽고 쓴다.
"책방에 오면 책을 사야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오시는데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책방은 책을 사러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영감을 얻어가는 곳이잖아요. 쉬어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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