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해 김태현 "여친하고 싶었던 맏딸 호감 거부하자 암살계획, 가족도 제물로"

맏딸 살해에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계획이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4세)은 피해자(큰딸) A씨가 연락을 끊고 만나주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전 치밀한 암살 계획을 세웠던 김태현은 A씨의 살해에 필요하다면 가족 역시 제물로 삼을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9일 김태현을 검찰에 송치한 직후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자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게임에서 피해자 A씨를 처음 알게 됐으며, 몇 차례 함께 게임을 하고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다 올해 1월 3차례 만났다.

경찰조사 결과 김태현은 A씨와 연인 관계로 본격적으로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내심 연인 관계로 발전되도 좋을만큼 호감이 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다 지인들과 함께한 지난 1월 23일 만남에서 말다툼이 있었고, 이튿날 A씨는 김태현에게 자신에게 연락하거나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태현은 A씨의 주거지를 찾아 저녁 시간까지 주변을 배회하면서 기다렸으며, 공중전화로 연락을 시도하고 지인을 통해 문자를 전달하는 등 A씨를 만나려는 시도도 보였다.하지만 김태현은 A씨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고 홀로 분노와 배신감을 느껴 범행 일주일 전인 3월 중순부터 A씨를 살해할 마음을 품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무릎을 꿇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김태현의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있다. 범행을 결심한 김태현은 살해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던 아이디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닉네임을 바꿔 자신인 것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화하며 A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했다.

준비를 마친 김태현은 마트에서 흉기를 훔친 뒤에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아파트에 침입했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 30분께 큰딸이 일하는 날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거지에 큰딸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집에 들어가 A씨의 동생을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길게 봐도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결심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한 것으로 본다"며 "범행 당시 A씨 여동생의 존재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태현은 이후 차례대로 들어오는 어머니와 A씨를 살해한 뒤, A씨의 휴대전화를 열어 SNS상에서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지인들의 목록을 삭제하거나 수신 차단했다.

그는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할 목적으로 두 차례 자해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도중에 의식을 차린 그는 갈증을 느끼고 맥주와 주스 등을 마시기도 했지만, 식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달 25일 오후 9시 8분쯤 세모녀의 집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고 병원 치료 후 조사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회복했다.

경찰은 9일 김태현에 대해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