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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따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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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소설가 김유정이 문예잡지 '조광'(朝光)에 단편 '따라지'를 발표한 때는 1937년이다. 이듬해 출간된 유고 단편집 '동백꽃'에도 실린 이 작품은 도시 빈민을 소재로, 작가의 곤궁한 시절 이야기도 함께 녹여냈다.

1930년대 초 김유정은 누이 집에 얹혀살았는데 도시 변두리에서 셋방살이하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은 소설의 좋은 재료였다. 하루하루 기식(寄食)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따라지' 인간들의 심리와 정서를 해학적으로 묘사했다.

'따라지'는 키나 몸집이 작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흔히 볼품없고 변변치 못한 소인배나 하찮은 물건을 일컫는 용어다. 노름판에서 2와 9, 4와 7, 5와 6처럼 한 끗짜리 패 가운데 3과 8이 가장 재수 없다며 '삼팔따라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6·25 무렵 38선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 또한 '삼팔따라지'로 불렸다.

지난 7일 재·보선 소식과 함께 지역 국회의원들의 볼썽사나운 행동이 신문 지면을 크게 장식했다. 대구가 표밭인 정치인이 SNS에 스스로 '서울특별시민' 신분임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의원이 폭력을 휘두르다 구설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곽상도, 송언석 의원의 이런 행태를 지켜본 지역민의 반응은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다. 정치인들이 지역 이미지 제고는커녕 되레 명예를 실추하고 있으니 어떤 심정이겠나.

설명하기 힘든 개인 사정이 있다하더라도 최소한 여론의 동정을 미리 살피는 눈치코치 정도는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송 의원의 '폐급' 행동은 예천군의원 사태의 재판이다. 개표 상황실에 자기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며 당 사무처 간부에게 발길질을 하고 욕설을 해댈 정도면 '당폭'이 따로 없다. 이쯤 되면 '지역 유권자는 막 대해도 상관없는 거수기'라는 의중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이들이 '4년짜리 사글세' 신분을 망각하고 유권자를 우롱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자신이 변변치 않은 '따라지'임을 커밍아웃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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