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제1야당에 선거 승리를 안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연인으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이 이끌었던 정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수(黨首)를 맡을 때도 이런저런 이유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원만하게 내부불만을 소화했던 김 위원장인지라 갑자기 바뀐 태도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에 국민의힘이 '극복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1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권 다툼이 벌어진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표현하며, "(국민의힘에) 더 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이 정강·정책에 따라 입법 활동하는 것도 전혀 안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볼 도리가 없다"고 혹평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고 퇴임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강도 높은 비난이라 국민의힘으로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당직자들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성 정치권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 몸담았던 공당을 폄훼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4선의 권영세 의원은 14일 열린 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향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춰 대권도전에 나설 경우 제1야당이 넘어야 할 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참패 후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력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는 국민의힘을 상대하게 될 것을 예고했다"며 "국민의힘을 깎아내려야 제3지대의 가치가 높아지고, 윤석열 전 총장도 자연스럽게 제3지대로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앞선 인터뷰에서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의원을 (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초선의원의 당권 도전을 응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재임 중 김웅·박수영 의원 등 당내 일부 초선의원과 접촉하면서 사전 교감을 이뤘다는 얘기까지 있다.
다른 해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내년 대선까지는 정계개편에 따른 야권 내 격량이 불가피한데, 김 전 위원장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국민의힘에 빗대면서 이에 맞서는 제3지대 신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고 평가했다.
이런 해석은 기성 정치권에 맞서는 창당 의지를 밝힌 금태섭 전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이 금주 중 회동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기인한 것이다. 금 전 의원은 1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과 곧 만나기로 했다. 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이른바 중도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양당을 대체하는 당"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배제하는 제3의 당 출현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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