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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사즉생(死卽生)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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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서 오자병법(吳子兵法)에 나오는 말로, 이순신 장군을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다. '사즉생 생즉사', 이 말이 워낙 강렬해서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죽기를 각오하면 대부분 죽는다. 모두를 거는 상황은 세(勢)가 불리한 상황이고, 모두 걸었기에 판단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두를 거는 것'은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즉생' 격 '몰빵 투자'가 21세기 한국의 일상이 됐다.

올 들어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 대금이 하루 20조 원을 넘나드는 경우가 흔해졌다. 유가증권 거래액보다 훨씬 많다. 군복무 중인 청년들도 가상화폐에 빠졌다. 실업급여를 주식에 투자하는 청년들도 있다. 구직 준비에 쓸 돈을 주식에 붓는 것이다. '종자씨로 밥을 짓는 격'이다. 벤처투자업계에도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4조3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 올해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투기에 가까운 '한 방'이 2030 청년들의 '돌파구'가 돼 버린 것이다.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차곡차곡 모아서는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라는 소박한 삶조차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20, 30대는 우리 역사상 가장 좋은 교육을 받았다. 부모 세대가 고생고생 알뜰히 후원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스마트한 청년들은 갈 데가 없고, 할 일이 없다. 굴삭기 면허를 갖고도 숟가락으로 땅을 파거나, 동냥 그릇을 든 처지가 된 셈이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하지만 신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 생산적 제도 마련과 사회 안전망 구축은 상당 부분 정부의 몫이다. 시장과 국가는 그런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반(反)시장 정책으로 경쟁과 창의적 도전을 방해하고, 각종 규제와 처벌법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그럴듯한 구호뿐 비전이나 내용은 없었다.

정부는 청년 세대의 불안과 호소를 빚과 세금으로 장만한 '공갈 사탕'으로 그때그때 달랬다. 그렇게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은 '한 방'을 찾아 위험천만한 들판으로 나왔다. 역사 이래 가장 영민한 청년들을 길러 내고도 사막으로 내몬 것이다. 그러고도 이 나라가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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