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 52시간 확대' 존폐기로에 선 영세기업 "문닫을 판"

일손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코로나에 신규유입 없어 답답
일부 생산라인은 24시간 가동…불법·편법행위만 부추길 수도
교대제 필수 염색업계, '돌관작업' 건설업계도 걱정 태산

정부의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으로 지역의 중소 기업들이 울상이다. 업체는 인력 수급이 걱정이고 근로자는 사실상의 임금 삭감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구 3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정부의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으로 지역의 중소 기업들이 울상이다. 업체는 인력 수급이 걱정이고 근로자는 사실상의 임금 삭감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구 3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존폐기로에 섰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영세기업이 많고 인력 확보도 여의치 않은 지방일수록 타격은 더욱 심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뿌리산업 "우리는 사람 못 구해"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업종은 주물, 금속가공 등 '뿌리산업' 이다. 오래전부터 인력 확보가 어려워 고령자와 외국인 근로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은 기업 채산성에 치명타를 줄 것이란 얘기다.

대구의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종업원의 70%가 외국인이고, 한국인 직원도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가 새로 들어오지는 못하는데, 체류기간이 만료돼 나가는 사람만 늘어난다. 사람이 없어 70대까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란 건 회사 문을 닫으란 얘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물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견디고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선박이나 농기계, 공작기계 수요가 많이 늘었다. 이미 우리 업종의 일손이 부족해 납품업체 생산 라인이 멈췄을 정도인데 주 52시간제까지 시행한다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건설, 염색 "특성 상 52시간제 곤란"

주 52시간제 도입은 특정 업종의 경우 충격이 더 크다. 특히 24시간 가동하는 염색업체의 경우 가뜩이나 인력난이 극심한 가운데 채산성은 반토막 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정말 시행되는지 묻는 전화가 계속 온다. 대부분 대응 방안도 세우지 못하고 그저 끙끙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돼 숙련공이 대거 이탈하는 등 인력난과 재정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상황이다. 주 52시간제 적용은 언감생심"이라고 밝혔다.

대구염색산단 입주 업체 관계자는 "50인 미만 업체들은 현재 주야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데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3교대 체제로 돌려야 한다. 그런데 인력을 구할 방도가 없다. 납기 맞추기도 어려워져 대규모 발주는 꿈도 못 꾸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 역시 걱정이 태산이다. 대구의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에서는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작업을 뜻하는 '돌관 작업'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짧은 기간 집중된 노동력이 필요하다. 주 52시간제는 준공 지연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공기가 늘어나면 금융비용이나 현장관리비용이 늘어나 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추가고용 없이 불법, 편법 부추길 것"

결국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이 고용을 늘리기보다 자동화를 앞당기고 기업들의 불법, 편법 행위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법인 쪼개기나 몸집 줄이기 등의 편법이 예상된다. 노사합의에 따라 8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한 30인 미만으로 법인을 쪼개거나, 규제의 경계에 있는 기업의 경우 일부러 사람을 덜 뽑고, 작업의 외주화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의 알루미늄 가공업체 대표는 "현재도 잔업 수요로 주 60시간 이상 일할 때가 많고 근로자들도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원하는 측면이 있다"며 "고용을 더하라는 취지의 규제이지만 결국 기업들은 궁여지책으로 자동화나 법인 쪼개기로 돌아서고, 경계선에 있는 업체는 오히려 고용을 꺼릴 것"이라고 했다.

김강석 중기중앙회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은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 중소기업의 약 40%가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인 이하 영세기업의 경우 준비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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