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남구청이 '우리마을 교육나눔 사업' 일환으로, 마을 내 빈터를 활용해 청소년들이 채소를 가꾸는 '어쩌다 도시농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직접 농사를 지음으로써 자연의 이치와 농부들의 수고를 알고, 가족과 함께함으로써 소통과 협동심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수확한 작물을 동네 이웃들과 나눌 예정이라고 한다.
도시 텃밭 농사의 이점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농약과 비료,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데 따른 환경보전 효과다. 무엇보다 텃밭 농사를 통해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동네 친구, 동네 어른들을 알게 된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20년, 30년 전 어린이들과 현재 어린이들의 동네 생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아는 동네 사람 숫자'일 것이다. 예전 어린이들은 동네에 또래 친구도 많았지만 웬만한 동네 어른들까지 다 알고 지냈다.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과는 다른, 만나야 할 아무런 이유 없이 만나는 사람, 별도로 정해진 시간이나 정해진 장소 없이 골목에서 만나면 그저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나아가 자신이 다니는 골목과 마주치는 풍경에 유대감을 갖게 한다. 그냥 집들이 모인 공간, 오직 기능적 의미뿐인 골목이 아니라 '우리 동네' '나의 고향'이 되는 것이다.
현대 한국인들 상당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도심 주택가에 밀집해 살아간다. 하지만 높은 벽과 철문으로 격리돼 사실상 가족끼리만 외따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농촌 마을과 달리 사람들마다 직업이 다르고, 근무 형태도 달라 같은 골목에 살아도 마주칠 일이 드물고, 마주친다고 해도 딱히 나눌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한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이 '텃밭 가꾸기'라는 공통의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만남의 장소와 이야기 소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약을 치지 않은 신선한 야채와 음식물 찌꺼기 재활용은 덤이다. 도심 곳곳에 '어쩌다 도시농부'와 같은 텃밭 가꾸기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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