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역시나…全大 앞둔 당권주자들 'TK로…TK로…'

'보수텃밭' 줄줄이 찾아와 얼굴도장…'영남 배제론' 내세웠던 의원도 TK부터 방문
"민주당 호남챙기기 반만 하라"…지역 도울 후보 전략적 선택을

19일 대구 동구 동화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을 앞다퉈 찾아오며 표심 잡기에 주력하자, 지역 정치권에서 '평소에도 지금처럼 챙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김종인 체제에서의 냉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간 당내 책임당원 비중만 30%에 이르는 TK에 표가 필요할 때만 집중적으로 찾아오고, 선거가 끝나면 TK를 외면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때문에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TK가 다시 소외를 겪지 않으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지역 이익을 위한 전략적 표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당대회 일정이 본격화되자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TK에 얼굴도장을 찍고 있다.

'수도권 의원' 이미지가 강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부터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19일 서울 조계사 대신 대구 동화사를 찾았다. 이미 출마선언을 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대구 수성갑) 역시 21일 대구에서 또 한 번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조경태 의원도 주말까지 경북에서 릴레이 당원간담회를 할 예정이며.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한동안 대구에 머물며 민심을 들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의원은 23일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잡아뒀고, 윤영석·홍문표·김웅 등 다른 후보들도 이미 수차례 대구를 찾았다. 최고위원 후보군인 배현진 의원은 21일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이들의 행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표를 부탁할 때만 오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평소 TK 민심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당원투표 비중이 70%에 이르는 전당대회 본 경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지역을 찾아오는 모습이 마뜩찮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자 TK 정치권이 보여준 지리멸렬한 모습을 지켜본 경험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른바 '영남 배제론'을 내세웠던 이들마저 경선이 본격화되자 TK부터 찾는 모습을 비꼬는 이야기가 지역정가에서 자주 들린다"며 "그동안 당선만 되면 TK는 뒷전 아니었느냐. 민주당은 호남이 텃밭이라고 홀대하거나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민주당의 호남 챙기기'를 반만 따라해도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TK 국민의힘 당원들 사이에서는 '전략적 투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가뜩이나 TK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원내 인사들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잘 들어줄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당직을 지냈던 한 인사는 "그동안 TK는 국민의힘에 경고만 했을 뿐,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 '영원한 집토끼' 취급을 받은 게 아니겠느냐"며 "이번 경선은 물론 추후 선거에서도 한때 민주당을 외면하기까지 했던 호남처럼 독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