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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쪽박' 찰 수 있는데…2030 "그래도 투자한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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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벼락거지 욕심 덜내고 투자"…"밤새 또 급등 돈 못 벌면 화나"
부동산·주식 투자 진입 어려워…일부는 일상생활 안돼 접기도

25일 오후 서울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인이 급락하면서 시즌 종료라는 사람도 있는데, 지난 밤 사이 코인이 또 급등했어요. 나만 돈을 못 벌까봐 너무 화가 납니다."

지난 4월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했다는 송모(28) 씨는 지금까지 40%가량 손실을 입었다. 그는 "지난주 수요일에 마이너스 50% 이상 찍혔을 때 무서워서 앱을 지웠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하게 됐다"며 "돈을 다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안 해도 '벼락거지'이기에 큰 욕심 부리지 않는 선에서 계속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가상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이 고점 대비 40%가량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시장을 떠날 수 없는 2030세대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기준 4대 거래소 신규 가입자의 10명 중 6명이 2030세대일 정도로 이들의 가상화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25일 오전 한 코인 거래소를 보면, 비트코인의 거래금액은 5위에 불과할 정도로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코인) 투자자들이 많다. 문제는 하락장에선 알트코인의 등락 폭이 비트코인보다 훨씬 크고, 그만큼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이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허모(26) 씨는 한 달치 월급인 150만원을 가상화페 중 하나인 '리플'에 최근 투자했다. 1천900원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1천500원까지 내려와서다. 그런데, 주말 사이 1천원 밑으로 떨어져서 30% 손실까지 났다. 허 씨는 "비트코인에 투자하자니 오를 때 많이 올라도 5~10%밖에 안 올라서 리플을 선택했다"며 "'투본선'(투자의 선택은 본인)이니까 어쩔 수 없이 버틸 것"이라고 했다.

손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알바천국이 지난 17~19일 전국 대학생 1천7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3%가 '돈을 잃었다'고 답했다. 심지어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도 있다.

지난 21일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채굴 모두 금지한다고 밝힌 이후 하락세가 나타났을 때,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는 "'시드머니'의 대부분이 대출인데 어떡하느냐", "대출로 코인하면 큰일난다는 걸 배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비트코인이 고점 대비 가장 큰 폭락을 맞았지만, 코인 시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2030세대들이 많다. 일부는 코인의 쓴 맛을 보고 접겠다는 이들도 있다. 365일 연중무휴인 가상화폐 시장 특성상 밤낮 가리지 않고 거래 앱을 수시로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은커녕 정신마저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유민정(33·대구 수성구) 씨는 "부동산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주식은 1주당 가격이 100만원 가까이 하는 것도 있어 선택지가 좁다. 하지만 코인은 1만원 등 소액도 얼마든지 가능해 월급이 적은 젊은 세대들이 진입하기 쉽다"고 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도박적 요소가 있다. 투자 가능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넣는 탓에 등락률을 하루종일 보게 된다"며 "이런 사회 문제가 지속되면 관련 증상으로 도박치유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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