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던 김상호 대구대 전 총장이 2일 총장직에 복귀했다. 총장의 사퇴 의사 표명이 재단의 직무해제 처분으로 이어지고, 소송을 통해 다시 직을 되찾은 것은 대학 초유의 사태로 꼽힌다.
대구대 재단과 대학본부 간의 알력은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사업 추진과 총장 선거제도, 도시철도 역사 유치 등을 둘러싸고 번번히 입장이 충돌했다.
더 큰 문제는 신입생 미달의 충격을 극복해야 할 중요한 시기임에도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안정화를 희망하는 구성원들의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직무해제된 총장, 소송 통해 복귀
올 상반기 대구대는 수장의 부재와 전환이 잇따르며 혼란을 겪었다. 총장이 직무해제되고 소송을 진행하는 사이 법인은 총장 직무대행을 선임했다. 하지만 총장이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해 복귀하게 되면서 한달 만에 직무대행 자리는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앞서 지난 3월 학교법인 영광학원은 긴급이사회를 열고 교원징계위원회에 김 총장에 대한 해임 처분 의결을 요구하고, 해임안을 확정했다. 사유는 김 총장이 법인과 사전 협의 없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2월 말 대학 내부 게시판에 올린 개강인사 글을 통해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편제 조정 등 현안을 마무리하고 1학기가 끝나기 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추가로 내비쳤다.
이에 대해 당시 이사회는 "김 총장은 총장 사퇴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임용권자인 이사장(법인)에게 공식적인 의사표현 없이, 비정상적인 형식으로 입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표명했다"며 "전국 언론의 대대적 보도를 통해 사실상 총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돼 더 이상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판단, 해임을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곧바로 법인을 상대로 총장 해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항고한 끝에 지난 1일 승소했다. 대구고법이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대학의 자율성 및 징계 사유에 대한 별다른 소명 없이 직선제 총장을 해임한 사건의 성격 등을 종합하면 영광학원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효력 정지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일 학교에 복귀한 김 총장은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총장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법인은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강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총장은 법인과 관계 없이 현안을 처리하고, 비정상적인 상황들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불협화음 지속
대학본부와 법인은 지난해부터 사업 추진 등에 있어 이견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동편 캠퍼스 개발과 관련한 안건이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대학본부가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내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올 1월에는 숙원사업인 도시철도 역사 유치를 두고도 불협화음을 냈다. 법인은 월배·안심차량기지 이전 용도로 대구대 내 21만5천㎡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의견을, 대학본부는 차량기지 이전이 아닌 국가철도망 계획 결과에 따라 역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서다.
2월 초 법인과 대학이 극적으로 뜻을 모아 통합 조직을 꾸리고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내놓았지만, 같은 달 말 김 총장의 사의 표명, 법인의 직무해제 처분이 이어지면서 다시 사이가 벌어지게 됐다.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앞으로의 현안에 대한 법인의 개입이나 승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법인이 대학에 지나치게 개입해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있다.
내년 초쯤 시작될 차기 총장 선거를 두고도 난항이 예상된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교수회 등은 김 총장이 직무해제된 이후 차기 총장 선거 준비에 나섰으나, 투표 비율 등 관련 규정 개정을 둘러싸고 법인, 학내 구성원 간의 의견 차가 커 두달 여 간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했었다.
박용구 대구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재단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다고 나선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학내 구성원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구성원 혼란·우려
김 총장이 올 초 사의를 밝힌 것은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 때문이다. 2021학년도 대구대 신입생 최종 등록률은 전년보다 19%포인트 떨어진 80.8%에 그쳤다.
대구대는 내년도 입학 정원을 209명 줄이고 군사학과, 반려동물산업학과, AI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공연예술전공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유례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구성원들의 혼란과 우려가 크다. 이달부터 대다수 대학들이 본격적인 수시 모집 준비에 돌입하기에, 역량을 집중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여서다. 더욱이 지역 대학 사이에서는 자칫 미달 사태가 내년에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현승 대구대 총학생회장은 "학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 안타까운 한편, 학생들에게 절대 피해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해임건을 비롯해 총장 선출건 등에 있어 적극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하며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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