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관련 법령을 위반한 건 없습니다. 수분양자와 전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검찰 송치가 된 건 LH와 무관합니다."
분양 후 7년 넘게 공터로 방치된 대구 테크노폴리스 의료시설용지의 문제점을 짚는 연속 보도에 대해 LH 본사 관계자가 기자에게 내놓은 해명이다. LH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전매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때문에 비판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의였다.
LH의 말대로 '위법' 혐의를 받는 건 전매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지만 이 같은 시각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 사태는 본질적으로 LH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분양 자격을 느슨하게 해 투기적 행위의 단초를 제공한 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4년 병원 설립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 12명이 이 땅을 분양받은 이후 또 다른 비의료인 2명이 전매로 소유권을 취득했다. 금감원은 전매 과정에서 웃돈이 오간 정황 등 불법성을 포착, 정부 합수본에 수사 결과를 넘기고 대구경찰청도 역시 택지개발촉진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이 사건 관계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LH가 지역 국회의원실에 제공한 자료를 봐도 LH가 현 상황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LH의 의료시설용지 분양 자격 설정과 병원 설립의 상관관계는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LH가 2017년 8월에 분양한 광명 소하지구 의료시설용지는 '지자체가 추천한 사업자 중 제한 추첨 형식'이란 단서를 달아 1년여 만인 2019년 1월 종합병원이 착공됐다. 가장 최근인 2020년 6월에 분양한 화성동탄지구 2개 필지는 '종합병원 설치·운영 중인 자'를 분양 1순위로 두고 2순위를 일반 실수요자로 한 결과 1순위 분양이 이뤄지며 분양 결과로 인해 병원 설립이 지연되는 상황을 피했다
반면 최근 LH가 자격 제한 없이 분양한 12개 의료시설용 필지 중 의료시설이 실제로 건립된 곳은 전북 혁신지구, 광주 수완지구 등 4곳에 그쳤다. 3곳 중 2곳은 개발이 지지부진한 셈이다. 테크노폴리스와 같이 2014년에 분양한 부산 명지지구 의료시설 부지가 7년째 빈터로 남아 있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8~2020년 유가읍, 현풍읍, 구지면에서 응급환자로 인한 구급 출동 및 병원 이송 건수도 6천 회가 넘는다. 종합병원 유무는 주민들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 것은 당연하다.
기자가 만난 테크노폴리스 주민들은 다름 아닌 LH의 방관자적 모습에 분노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용도에 따른 토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지주가 필지 분할을 시도하고 모델하우스 건립, 주차장 등으로의 활용 방안을 찾아나서자 강하게 반발하고, 현수막을 걸고, 문제를 외부로 알린 것도 일대 주민들이다.
결국 LH가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섰어야 할 대상은 언론사가 아닌 테크노폴리스 지역 주민이었다. 비판이 따갑게 느껴진다면 진정성 있게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책임감 있는 후속 대책도 내놔야 한다.
최근 LH가 일부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다수의 선량한 직원들이 과도한 비판에 직면해 여론과 언론 보도에 민감한 것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은 대응에 머무른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멀어 보인다. 만시지탄이지만 달라진 LH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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