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정 수원고검장이 지난 11일 취임사에서 "검찰은 아직도 검찰만이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고검장은 이성윤 서울고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함께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며 지난해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있을 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사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검찰이 실제로 검찰만이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문 정권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면서 각종 부패·비리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LH 사태 수사다. 정부는 검찰을 배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그 결과는 참으로 초라하다. 3개월 동안 1천560명을 동원, 2천800명을 대상으로 수사해 20명을 구속했으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 중 구속된 사람은 없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권력형 투기 적발이란 수사 목적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수사였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또 어떤가. 지난해 11월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경찰은 수사 발표를 계속 미루다 지난 9일에야 결과를 내놓았다.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경사만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꼬리 자르기'였다.
검찰은 다르다. 문 정권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김학의 불법 출금 등 문 정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것이 말해 주는 것은 검찰이 자신들만이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지와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검찰이 없으면 부패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김 고검장의 '검찰의 착각' 운운은 검찰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러고도 검사냐는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댓글 많은 뉴스
[르포] "보고싶었습니다" '박근혜' 이름 울려 퍼진 서문시장… 눈물 흘리는 시민도
유시민, '설난영 비하 논란'에 "표현 거칠어 죄송…비하 의도 없었어"
유시민 '설난영 비판' 논란 일파만파…"봉건적 여성관" "구시대적 성편견"
"재명이가 남이가" 이재명, TK공약 추상적…부산은 해수부·HMM 이전
김부겸 "대구시, TK신공항 특별법 구체적 로드맵 제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