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택항서 숨진 故이선호 씨 59일만에 장례…"더는 희생되는 노동자 없어야"

1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평택항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시민장(葬)에서 이 씨의 친척이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평택항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시민장(葬)에서 이 씨의 친척이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300㎏ 컨테이너 철판에 깔려 숨진 청년 故이선호 씨의 장례식이 59일만에 치러졌다. 유족들은 중대재해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이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9일 '故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 씨의 사망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미뤄왔던 장례를 이날 오전 시민장으로 진행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 노동계 관계자,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는 "선호가 떠나고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름도 알지 못하던 분들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시고 약해져 가는 제 마음을 추슬러주셨다"며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구의역 김 군, 김용균 씨, 김한빛 씨 이후 각 분야 노동자들이 죽음에 내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선호 님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항만의 노동자들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영국 대표는 "300㎏ 쇳덩이는 23살 청춘을 덮치고 삶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며 제2, 제3의 김용균만은 막아보자던 우리 심정을 산산조각 냈다"며 "사람 목숨 앗아가도 기업주는 멀쩡하고 함께 일하던 노동자만 처벌받는 세상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월 이 씨는 평택항 부두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작업을 하던 중 무게 300㎏가량의 날개에 깔려 숨졌다. 이후 유족과 등은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왔다.

경찰은 작업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이 씨가 숨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현장에 배치돼야 할 신호수 등 안전관리자가 없었고 이 씨도 안전모 등 기존적인 안전 장비를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에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지게차 기사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동방 평택지사장과 대리 2명에 대해서는 도주 우려가 적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이 씨 사망사고의 원청 업체인 '동방'의 안전보건 투자 예산은 2억7천만원으로, 지난해 매출액(5천921억원)의 0.0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매출액에 비해 안전보건 예산이 턱없이 적어 작업자의 안전은 뒷전에 밀렸다는 것이다.

또 동방의 대표이사가 현장 점검을 중단하는 등 경영진의 안전 문화 조성 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마다 안전보건 목표를 세우지만 일정, 예산, 업무 분장 등 세부 추진 계획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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