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56> 땅속 쓰레기서 찾은 근대 유산

1970년대 주택가였던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 뒷산에서 추억 발굴 수집가 이이교 씨가 캐낸 비닐 과자봉지. 봉지에 인쇄된 뽀빠이(1976년산)와 삐삐(1981년산) 그림이 40년이 넘도록 땅속에 묻혔어도 글씨와 색상은 그때 모습 그대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1970년대 주택가였던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 뒷산에서 추억 발굴 수집가 이이교 씨가 캐낸 비닐 과자봉지. 봉지에 인쇄된 뽀빠이(1976년산)와 삐삐(1981년산) 그림이 40년이 넘도록 땅속에 묻혔어도 글씨와 색상은 그때 모습 그대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덕군 강구항 뒷산 옛 주택가 주변에서 캔 비닐봉지를 수거하는 이이교 씨.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덕군 강구항 뒷산 옛 주택가 주변에서 캔 비닐봉지를 수거하는 이이교 씨.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발굴 후 세척을 위해 모아둔 비닐 과자 봉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발굴 후 세척을 위해 모아둔 비닐 과자 봉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산속 폐가 주변에서 발굴한 비닐봉지를 정리하는 이이교 씨. 그는 주말 대부분을 발굴과 정리로 시간을 보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산속 폐가 주변에서 발굴한 비닐봉지를 정리하는 이이교 씨. 그는 주말 대부분을 발굴과 정리로 시간을 보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1975년생 튀김과자
1975년생 튀김과자 '맛동산'이 출시돼 인기를 끌자 대구 제과업체들이 맛동산과 비슷하게 만든 과자 봉지들. 디자인은 유사하지만 꽃그림과 과자명은 모두 다르게 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1970~80년대 축구 시리즈로 나온 과자 봉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1970~80년대 축구 시리즈로 나온 과자 봉지.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이이교 씨가 10년간 발굴한 1970년~1980년대 추억의 비닐 과자봉지를 세척해 정리하고 있다. 그는 과자봉지를 시리즈별, 연대별로 액자에 담아
이이교 씨가 10년간 발굴한 1970년~1980년대 추억의 비닐 과자봉지를 세척해 정리하고 있다. 그는 과자봉지를 시리즈별, 연대별로 액자에 담아 '7080 과자박물관'을 열 계획이다.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덕군 강구항이 빤히 보이는 뒷산.

길도 없이 우거진 숲속을 두어 시간 헤집다

눈매가 닿은 숲에서 괭이질이 시작됐습니다.

누가 봐도 약초꾼인데 찾는 건 비닐 쓰레기.

꼬깃꼬깃 삐져나오는 과자봉지에 탄성을 지릅니다.

1976년 산 '뉴 뽀빠이', 1981년 산 '삐삐'.

롱스타킹에 주근깨가 가득했던 말괄양이 소녀도

시금치만 먹어도 불끈 힘이 솟던 뽀빠이 아저씨도

40년도 넘은 땅속 세월인데 그때 그 모습 그대롭니다.

어찌 저리 색 하나 바래지 않았을까요.

산에서 들에서 추억을 발굴한다는 이이교씨(44).

설마해서 따라 나섰는데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

'비닐'은 묻혀 있을 뿐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흙투성이일 뿐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수년 전 봉화 폐교에선 빵 봉지가 쏟아졌습니다.

1972년 개교 무렵 10원짜리부터 200원짜리까지

마룻마닥 아래엔 빵 봉지 '은하수', '팔도강산' 이

배고프던 학창시절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건 과자봉지였습니다.

안동, 영덕, 고향 울진 폐광지역은 물론

인천 영종도· 경기 파주· 제주· 강원 두매 산골에서도

캘수록 '대구 산(産)' 과자봉지가 쏟아졌습니다.

맛동네·꽃동네·맛달래·맛진짜·맛풍년·새풍년….

하나같이 1975년생 '맛동산'을 따라했지만

모두 '메이드 인 대구'. 감칠맛이 원조 못지않았습니다.

동인·동성·동신·경신·경상·국일·로얄·통일제과….

과자봉지에서 확인된 대구의 제과 업체만 57곳.

1970년대 대구는 '과자 도시'였습니다.

비닐봉지를 찾아 다닌지 언 10년.

월급의 절반을 산에 길에 뿌렸습니다.

지금까지 캐낸 것만도 1만여 종에 5만여 장.

과자·빵·아이스크림·사탕·라면 없는게 없습니다.

씻고 펴고 다린 '구슬'를 세월따라 액자로 꿰니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 7080 근대유산이 됐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을 영원한 땅속 쓰레기 비닐봉지.

그때는 몰라도 이제는 안된다고, 여지껏 썩지 않았다고,

세월을 훌쩍 넘어 되돌아온, 내가 버린 비닐봉지.

그래도 유년의 추억이 깨알 같은, 반가운 과자 봉지.

짱구,손오공,자야,딱다구리,차돌이,설까치,주먹대장….

그의 시골집엔 옛 친구들의 나들이 체비가 한창입니다.

"과자 도시 대구서 7080 과자박물관을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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