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늦게 “쌤! 걔가 저 싫어해요”…폰 2개 쓰는 MZ세대

반면 4050대 현직 교수·공무원 등에게 물으니 "휴대폰 1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28) 씨는 최근 새벽 시간에 한 학생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선생님! ○○이가 절 싫어하는 것 같아요!". 이 교사는 이후 업무용과 개인용 휴대폰을 구분해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새벽에도 학생들이 개인상담, 학업, 진로 문제 등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고,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학부모 상담 업무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업무용과 개인용 휴대폰을 각각 따로 쓰기로 한 뒤 비로소 내 삶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휴대폰 2개를 사용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 + Z세대)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다" "모바일 게임하려고 휴대폰 2개 쓴다" "회사에서 쓰는 앱은 안드로이드만 취급해서 갤럭시폰과 애플폰 두 개 쓴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년 차 직장인 오모(33) 씨는 "밤늦게 직장에서 일종의 '번개' 회식이 잡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정확히 3년 차에 휴대폰을 2개 쓰기 시작했다"며 "집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불안한 '전화 알림'이 뜨면서 나오라는 연락을 받는 게 너무 싫었다"고 했다.

대학생 신모(24·대구 달서구) 씨는 하나의 휴대폰에 두 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한다. 적당히 선을 긋고 싶은 사람들에게 '본캐(본캐릭터)' 모습과는 사뭇 다른 SNS 계정·사진이 노출되는 게 싫어서다. 두 번째 번호로 가입된 SNS 계정에는 연인과의 데이트 모습·개인 고민·푸념들을 담고 있다. 신 씨는 "새 번호만 따로 두는 것은 커피 한 잔 값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비교적 저렴하고, 내 진짜 모습을 숨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MZ세대와 달리 4050세대들은 휴대폰은 1개만 사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구 한 대학 50대 전임교수는 "외국 학생의 경우 한국과 시차가 달라 새벽 1~2시에 문자가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휴대폰은 지금껏 1개뿐"이라고 했다.

대구 한 놀이공원에서 판촉 업무를 하는 담당자도 관공서·언론에서 하루 평균 40~50통의 전화를 받지만 휴대폰은 하나다. 이 담당자는 "사생활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휴대폰 2개를 쓰면 실수할 것 같아서 안 쓴다"고 했다.

구청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이모(50) 씨는 "하루 평균 20통 넘게 전화를 받는다. 그렇지만 휴대폰 2대를 쓰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개성이 강하고 사생활을 보장받으려는 성향이 크며, 일은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휴대폰 2개를 쓴다는 건 나머지 한 개는 오롯이 내 삶을 위해서 쓰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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