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커피 재료로 인기 높은 아라비카종 커피나무의 고향은 아프리카 북쪽 에티오피아이다.' '인류가 지금 형태의 뜨거운 액상 커피음료를 널리 마시게 딘 것은 15세기 중반쯤이고 커피가 처음 유행한 곳이 예멘지역이었다.'(책 속에서)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커피 수입량이 세계 6위다. 성인 1인당 연간 약 353잔의 커피를 마셔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 132잔의 3배 가까운 소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음료가 커피인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왜 잔인한 음료냐고?
커피는 생산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확연히 다르다. 중남미 등서 성인이 하루 2, 3달러의 노임을 받고 따낸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은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깊은 향과 맛의 이면에 인간 노동의 착취라는 행태가 스며있다.
책은 기원, 제법 등 커피 자체뿐 아니라 커피 문화를 짚어내고 커피를 둘러싼 흥미로운 인문학적 내용도 충실히 놓치지 않고 있다.
조선의 대미외교를 거들었던 퍼시벌 로웰이 1884년 경기도 관찰사 김홍집의 한강변 별장에 초대받아 '최신상'인 커피를 후식으로 마셨고, 일제 강점기인 1931년 러시아와 독일 여자를 고용해 '에로 서비스'를 제공한 유명 카페 '미인좌'와 '아리랑'이 풍기문란으로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산업혁명 이후 간편 먹을거리를 찾던 공장 노동자들은 알코올이 든 맥주나 긴 조리시간을 필요로 한 스프보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간편히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아침 대용으로 즐기게 됐다. 또 바흐의 '커피칸타타'는 최초의 카페 광고음악이라고 할 수 있으며 1975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카페 까뮤'에서 처음 소개된 비엔나 커피는 젊은이들이 줄지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비엔나 커피는 본래 추운 겨울에 손님을 기다리며 마차 위에 앉아 뜨거운 커피에 설탕을 넣고 생크림을 듬뿍 올려서 마신 것에서 유래됐다.
요즘 대세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커피에 길든 퇴역군인들로 인해 붐이 일어났고, 고단한 직장생활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커피 브레이크'는 광고의 산물이란다.
서양으로 눈을 돌리면 1592년 교황이 된 클레멘트 8세가 커피 반대론을 주장하는 기독교도들의 뜻에 따라 커피를 심판하기 위해 직접 맛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커피에 세례를 베풀었다니. 클레멘트 8세는 미식가였음에 틀림없다.
한 잔의 커피에 깃든 수많은 교양이 이 책에 녹아있다. 424쪽, 2만원
댓글 많은 뉴스
TK지지율 김문수 53.1% 이재명 30.9% 이준석 7.0%
김문수 "가짜진보 확 찢어버리고 싶다"…이재명 '형수 논란' 겨냥?
'홍준표 책사' 이병태, 이재명 돕는다…"김문수는 반지성 지도자"
"박정희 각하께 여쭈니 '이번엔 이재명'이라 해"…'보수' 권오을 지지연설
홍준표 지지자 모임 '홍사모', 이재명 지지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