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감염병과 함께 위드 코로나 시대

올겨울 코로나+독감 '트윈데믹' 공포, 백신으로 이기자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말이 사라졌다. 매년 봄가을 환절기에 감기 환자가 많이 발생하여 이 말을 꼭 주고 받았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 감기 환자가 없어서 이 말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코로나 조심하세요!"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지나오고 있는데 최근 일상회복이라는 희망의 빛이 조금씩 비치고 있다. 국내 백신접종완료 비율이 70퍼센트를 넘어서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일컫는 '위드 코로나'를 이달부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는 불안한 상황이다. 더욱이 다른 여러 감염병들의 위협이 여전한 것도 불안을 증폭시킨다. 그러므로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 곁의 감염병 상황을 살펴보고 여러 감염병들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일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감염병 상황을 바꿔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여 세계 대유행으로 치닫는 위험한 상황을 겪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기존의 다른 감염병들의 유행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이는 지난 8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 감염병 감시연보'에 나타난 법정감염병 현황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법정감염병 신고 환자 수는 14만5,966명으로 전년 대비 8.5퍼센트 감소했다. 이 중에 코로나19 환자가 6만727명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제외하면 8만5,239명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하면 법정감염병 환자 수가 전년 대비 46.6퍼센트나 감소했다는 말이다.

주요 감염병의 전년 대비 비율을 살펴보면, 결핵은 16.3퍼센트 감소하였고, 수두는 62.1퍼센트 감소하였으며 홍역은 96.9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흡기 전파 감염병 환자 수는 2019년에 13만1,442명이었는데 지난해엔 6만4,062명으로 전년 대비 51.3퍼센트나 줄었다. 이처럼 감염병 환자 수가 크게 감소한 원인에 대해서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올바른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개선과 외출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람 간 접촉 빈도 감소 및 해외여행 감소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윈데믹,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위협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는 2억4500만명 이상이고 사망자는 497만명 이상이며 국내 확진자는 364,700명이며 사망자는 2,849명이다. 여전히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감염병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을 일컫는 '트윈데믹'의 위협이 우리 앞에 와 있다. 이를 대비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뿐만 아니라 독감 백신도 접종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은 환자의 증상이 비슷하지만 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서로 다르다.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지만 독감은 오르토믹소바이러스과의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그래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완료해도 독감 예방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따라서 독감 예방을 위해서 독감 백신을 따로 접종해야 한다.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이 낮다고 독감을 무시하면 안된다. 전 세계에서 매년 10억 명 정도가 독감에 걸리는데 이중 25만~50만명이 사망한다. 독감의 치사율은 0.05~0.1퍼센트 정도다. 특히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위험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에 독감으로 3,000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질병관리청은 추정하고 있다.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독감 백신 접종을 전국적으로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독감 치료제가 개발되어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매년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병균이 없는 깨끗한 세상, 가능할까?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전혀 없는 데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깨끗하게 새로 지은 아파트의 내부를 철저하게 살균소독하여 세균과 바이러스를 모두 없애면 가능할까? 또는 사막 한 가운데서 지하 100미터 터널을 만들고 거기에 깨끗한 방을 만들어 살균소독하면 가능할까? 얼핏보면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허상이다. 요즘 발달한 과학기술로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없는 고청정룸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에 내가 들어가는 순간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가 득실대는 오염된 공간으로 바뀌어버리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이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잔뜩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깨끗하게 목욕하고 알코올 소독제를 듬뿍 뿌리면 해결될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몸의 피부뿐만 아니라 몸속 구석구석에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러한 세균과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일부는 오히려 우리의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이나 영양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매일 먹는 채소와 고기에도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들이 들어 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에서 바이러스와 세균과 같은 미생물들은 여러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식물과 동물에게 많은 유익을 끼치고 있다. 다만 이들 중 아주 일부가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여서 문제가 된다.

◆인수공통감염병, 근본 원인을 찾아서

최근 20년 동안 발생한 사람의 신종 감염병 중 60퍼센트 정도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과 척추동물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2002년에 발생한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중간매개로해서 사람에게 전파되었고, 2015년 메르스도 박쥐의 바이러스가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어 병을 일으켰다. 2009년 신종플루는 돼지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와 병을 일으킨 것이다. 이외에도 에볼라바이러스병, 지카바이러스감염증, 에이즈, 코로나19 등 많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있다.

이처럼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학원은 다음과 같은 원인을 꼽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의 변화, 해외여행 증가 등 인간 행태의 변화, 도시화 등 사회적 요인의 변화, 음식의 대량 생산·소비 등 식품관련 변화, 항생제 남용 등 보건·의료관련 변화, 병원체의 적응과 변화에 관련된 요인, 공중보건활동의 감축 등이다. 이제 이러한 주요 원인을 돌아보며 감염 예방과 환경보호를 실천해가야 할 때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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