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반도체와 뇌과학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요즘 하루가 다르게 원유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체되어있던 세계 경제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경제활동이 정상화, 그동안 숨어있던 수요가 급증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빠르게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바로 반도체다.

지금 세계는 반도체 물량확보를 위한 전쟁 중이며, 특히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를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해 대만 군사적 보호를 외치는 것도 대만이 세계 반도체 생산 약 22%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합쳐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52%를 차지하는 동아시아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함이라는 정치학·지정학적 의견까지 있다.

현재 반도체는 컴퓨터, 자동차, 스마트폰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인 인공지능 등 우리 생활 전 분야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오죽하면 반도체가 없어서 자동차 생산이 안 된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20세기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국가 차원의 핵심 주력산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한 것이 얼마나 큰 선견지명이었는지 실감한다.

그렇다면 흔히 D램이라 불리는 반도체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뉴로모픽(Neuro Morphic)을 얘기하고 있다. 뉴로모픽은 쉽게 말해서 인간의 뇌신경망 구조를 따라 만든 반도체로 미래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분야로 불린다.

현재 인공지능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고,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찾고 있으며, 이러한 대안이 인간의 뇌를 모사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다.

낮은 에너지 소비로 더 빠른, 그리고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면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우리 뇌의 신경세포 구조와 작동원리를 모방해 인공지능 내 소자의 병렬연결로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저전력으로 데이터 병목현상 없이 작동하는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있다.

현재 뉴로모픽은 일반인이 사용하지 않는 초고성능 슈퍼컴퓨터에만 일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컴퓨터 개발 이후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기기로 컴퓨터가 자리잡게 된 시간은 50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과 같이, 뉴로모픽을 활용한 슈퍼컴퓨터·인공지능이 일상에 확산되는 것은 이보다 더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의 빠른 확산, 탄소 중립으로 인한 전기차, 수소차 산업의 빠른 산업 성장에 따라 뉴로모픽을 이용한 컴퓨터, 전자기기 개발에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해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기존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을 때 미국과 유럽 같은 주요 선진국들은 뉴로모픽 개발에 이미 집중 투자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뉴로모픽은 기존 반도체 생산공정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인간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 융합이 필수적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뉴로모픽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2018년 과기정통부에서 발표한 "제3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보면, 뇌과학 발전을 촉진하여 뉴로모픽과 같은 융합 성과 창출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로 인해 뉴로모픽 개발을 위한 뇌과학에 대한 투자는 다소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반도체와 뇌과학은 각각 공학, 생물학으로 전혀 다른 분야지만, 미래 사회는 이 두 가지 분야의 융합을 촉구하고 있다. 반도체와 뇌과학의 융합 성과인 뉴로모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많은 전문 연구인력, 연구개발예산, 거대 장비가 소요될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기후변화, 초고령사회 등 많은 미래 위기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 아래 국가 차원의 뉴로모픽에 대한 집중 투자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뉴로모픽을 놓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게 될 수도 있으며,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현재 반도체 선점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영위해 왔던 것처럼 뇌과학에 대한 투자 강화로 뉴로모픽과 같은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빨리 발굴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이제까지 연구한 결과보다 연구해야 할 분야가 더 많은 분야로 인간 뇌의 구조와 원리는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고 있지 않다. 뉴로모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뇌지도 같은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뇌에 대한 정확한 길을 알 수 있는 네비게이션과 같은 뇌지도 구축을 토대로 혁신적인 뉴로모픽을 개발하여 글로벌 표준화 및 5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융합기술 시대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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