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마늘이다. 의성한지마늘은 영하 20℃ 이상의 혹한기를 이겨내는 생육 과정 등을 통해 고유한 향과 맛있는 매움을 지녀 전국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의성군은 마늘 말고도 적어도 2개의 전국 최고 타이틀을 더 가지고 있다. '컬링의 메카', '컬링의 고장'이 그 중 하나다.
의성군은 컬링이 불모지이던 2006년 국내 최초 전용경기장인 의성컬링센터를 건립했다. 비인기종목을 넘어 컬링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인데다 군 단위에서의 컬링센터 건립은 당시 스포츠계를 놀라게 했다. 의성군은 이 센터를 바탕으로 경기력 향상을 이끌어 왔고 그 노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의성여고 출신이 주축인 된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킴'을 탄생시키며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의성컬링을 토대부터 닦으며 꽃을 피운 주축 인사 등의 '팀킴' 후원금 횡령 사건 등 불미스런 일이 있었으나, 컬링 메카 의성의 지위는 유효하다.
또 하나. 의성군은 몇 년 전부터 인구 감소의 대표적 지역으로 꼽히며 '소멸대상 지자체 1순위'라는 원치 않던 시선을 받고 있다. 군민의 도시 이동은 인구를 감소시켰고 이는 교육, 의료, 보육 등 기본 정주여건의 미비로 이어지며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농어촌지역이 다 겪는 일이나, 의성군의 상황이 도드라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의성군은 2018년 6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보고됐다.
1960년대 중반 20만명이 넘던 의성군은 이제 인구 5만명 지키기에 군력을 집중할 만큼 '위기'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금 의성군에선 이런 '위기'를 '극복'으로 전환시킬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의성군이 경북도와 함께 의성 안계면 일원에 조성 중인 '이웃사촌 시범마을' 프로젝트는 청년 일자리·주거단지·복지체계 등을 두루 갖춘 농촌의 혁신 청년마을이다.
도시 청년들의 귀농귀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 공간에 여러 지원정책을 집중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보자는 취지에서 2019년 시작됐다.
인구 감소의 중대 원인을 청년층의 이탈과 부재로 짚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중장기적 대안을 청년층의 정착으로 본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시행 3년차, 경북도와 의성군에 따르면 청년 150여 명이 유입돼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이고 그 중 104명은 의성군민이 됐다.
들녘을 낀 평범한 농촌마을에 청년들이 발을 딛고 창업에 나서면서 농약, 농기계 점포가 있던 거리는 수제맥주공방, 파스타 전문점 등이 불을 밝히는 청년 신도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의성군의 실험은 지난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귀농귀촌 활성화 방안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행정안전부는 처음으로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며 특별법 제정과 함께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국고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성군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웃사촌 시범마을 프로젝트가 많은 돈과 갖은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소위 백약무효에 그친 농촌인구 감소, 저출산, 도농간 국토불균형 문제 해결에 힌트가 되길 기대해 본다.
'소멸대상 지자체 1순위 극복', 마늘과 컬링에 앞서 의성군을 떠올리는 대표 문구가 되길 또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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