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역대 최저까지 감소한 가운데, 전국 미분양(준공 전 기준)의 33%가 집중된 대구에서도 72%가 몰려 있는 동구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여부에 업계와 시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구 동구의 미분양 증가는 해당 지역만이 아니라, 대구시 전체의 문제다. 청약률이 예전과 다르게 낮아지거나, 청약 미달 사태를 빚는 등 부동산 규제와 맞물리면서 대구 거래시장 전체에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대구 동구 지역의 미분양은 지난 4월(775호)부터 9월(1천506호)까지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서구가 미분양 500가구를 초과한 기간이 1개월에 미치지 않았는데도 2월부터 5월까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동구 또한 1개월 한 번 초과했다고 10~11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것과 상이하다.
미분양관리지역 선정 요건은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 증가, 미분양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등의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하는 것이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사업주는 토지 매입 단계부터 HUG의 예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결과에 따라 해당 지역에 미분양이 예상된다면 HUG는 분양 보증을 거절하거나 유보할 수 있다. 미분양으로 주택시장이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고,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모든 요건을 다 갖춘 대구 동구는 전국 대비 높은 미분양 비율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달리 왜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동구는 조정대상지역이면서 고분양가관리지역이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해야 한다. 대구시가 2차례에 걸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지만, 12월 주거정책심의위의 결정을 기다리기만 할 뿐 마땅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 정치권이 시민의 손과 발이 되어 국토부에 항의 방문이라도 한다면 지역에 힘이 되지 않을까.
지금의 미분양은 전국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구시, 특히 동구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수치가 말해준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미분양은 약 5만5천 호 수준이었다가 2020년 12월 1만9천 호, 2021년 9월 1만3천842호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최근 2년간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서울 수도권의 미분양은 불과 1천413호, 지방은 1만2천429호로, 지방이 수도권의 10배 가까이 많다.
대구의 미분양은 2천93호, 준공 후 미분양은 121호다. 전국 미분양의 15%, 준공 전 미분양(5천197호)의 무려 33%가 대구에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과거 '악성'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그때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부산시는 미분양 962호 가운데 748호, 경기도는 918호 중 511호가 준공 후 미분양이다. 경기가 어려웠던 시절 건설사는 입주 후 미분양 가구에 전·월세 임대를 놓았고, 그래서 지금은 분양할 수 없다. 준공 후 미분양으로 분류돼 있을 뿐, 미분양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대구는 2018년부터 매년 분양 물량이 증가했다. 현재까지 10만 가구 이상을 분양했으며, 약 9만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2023년 입주가 도래하는 물량은 과거 1997년, 2008년의 역대급 이상이다.
우리 신체는 작은 상처 하나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한다. 지금 대구 동구에 수개월째 이어진 미분양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대구 전역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는 입주 대란과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무수히 머리를 맞대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시간이 해결했지만 결국 누구는 경제적인 피해를 보며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했고, 건설사는 회사 문을 닫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정부는 올해부터 공급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내년 대선을 앞둔 대통령 후보들도 공공 주도 및 민간 주도의 공급확대 얘기만 하고 있다.
대구는 지난 수년간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재개발로 공급이 증가했고, 민간의 주택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공급 확대 정책보다는 지역 부동산 안정책이 보다 절실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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