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아들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들은 이모(55)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다니던 대구 동구의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아들까지 감염된 것이다. 보건소와 협의 끝에 안동의료원에 아들과 함께 입원하기로 했다. 병원 측은 "이송 과정에서 자해나 과잉행동에 대해 우려가 된다. 큰 체격의 아들을 감당하기엔 이 씨보다 이 씨의 남편이 돌보는 게 더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발달장애 자식을 가진 집은 전 가족이 양성판정을 받아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들은 입원 3일 후 안동의료원에서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대구의료원으로 전원했다. 하지만 아들을 돌보던 이씨와 이씨의 남편 모두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정부의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지원체계와 역할 분담이 면밀히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드 코로나 시대이지만,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재한다"며 "조속한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한다"고 했다.
당시 동구 주간보호센터를 통해 확진된 발달장애인은 이 씨 외에도 4명이 더 있었다. 이들은 ▷동구 생활치료센터에 비확진자인 보호자(어머니)가 함께 동반 입소하거나 ▷병원에 입원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동반 지원을 받거나, 같이 확진된 주간보호센터 교사의 지원을 받거나 ▷생활치료센터나 병원 입원 시 지원 대책이 없어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홀로 지원받아야만 했다.
허미연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정부의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장애인들의 상황이 조금은 개선될 거란 막연한 기대를 했지만, 동구 주간보호센터에서 확진자 5명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정부의 돌봄정책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장애 부모 가족들이 돌봄을 부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정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연대 정책국장은 "작년 12월 장애인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하면 활동지원사를 파견하는 걸로 지침이 바뀌었는데도 오히려 정부 지침에 따라 지원을 받은 장애인 확진자가 있는지 우리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지원사를 파견하기 위해선 장애인, 장애인가족, 활동지원사, 활동지원사 소속 기관, 병원 등의 동의가 필요한데,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는 감염병관리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동의를 안 한다"며 "또한 동의를 누가 나서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동의를 받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자회견 후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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