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설' 만들기에 실패한 대구FC…퇴장·전술 부족이 원인

FA컵 아쉬운 준우승…1차전 이기고도 2차전에서 패하며서 우승 헌납
양 팀 합해 7골 나온 명승부

대구C가 11일 DGB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전남드래곤즈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구C 선수들이 상금과 메달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C가 11일 DGB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전남드래곤즈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구C 선수들이 상금과 메달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와 감독의 유연한 전술 부재가 FA컵 정상 등극 실패 원인이었다. 대구FC는 2019년 개장한 홈구장에서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전설' 만들기에 실패했다.

더욱이 1차전 승리에도 FA컵 최초로 하위리그인 K리그2 팀에게 우승컵을 넘긴 것도 뼈아팠다.

대구는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전남드래곤즈에 3대4로 패했다. 이로써 대구는 1·2차전 합계 4대4로 전남과 동점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에서 밀리면서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퇴장과 전술 부족

2018년 FA컵에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대구는 1차전 승리의 유리한 고지를 살리지 못한 채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3위에 오르며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이미 확보했다. 하지만 FA컵 우승으로 홈구장 개장과 급격한 팬 증가에 따른 명문 구단 도약에 필요한 새로운 '레전드'가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전반 25분 핵심 중앙 수비수 홍정운의 퇴장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대구는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펴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대구의 코너킥 상황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던 홍정운이 팔로 전남 황기욱의 얼굴을 가격했다. 비디오 판정 후 레드카드가 나왔다.

경기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대구 선수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적 열세에 처한 대구는 에드가만 빼고 세징야까지 수비 라인으로 내렸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심판 결정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정운이가 빠지면서 다른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떨어졌다"며 "퇴장 이후 실점하고 우리의 조직력이 무너진 부분이 있었다"고 곱씹었다.

수적 열세는 실점으로 연결됐다. 대구는 전남 정재희가 측면을 돌파해 보낸 컷백을 중앙 수비수 박찬용이 오른발로 찬 볼을 놓쳤다.

감독의 전술 유연성 부족도 아쉬웠다.

후반 24분 대구는 마지막 힘을 냈다. 2대3으로 끌려가던 대구는 오른쪽 측면에서 김재우의 스로인을 에드가가 헤딩으로 연결했다. 전남 골키퍼 박준혁이 막아낸 볼이 멀리 벗어나지 못했고, 대구 츠바사가 골대 앞에서 발을 갖다 댄 것이 골로 연결돼 3대3 동점을 만들었다.

이대로 끝나면 대구가 우승할 수 있었다. 더욱이 후반 30분 전남 정호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양 팀은 각각 10명으로 인원의 균형도 맞췄다.

대구는 수비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었다. 대구는 이근호를 라마스와 교체하려다가 결정을 다소 늦췄다. 후반 38분 전남의 4번째 골이 들어갔고, 그제서야 이근호가 김재우 대신 들어갔다.

이 감독은 "동점이던 상황에서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꿔서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자는 코치진의 의견도 있었는데 감독으로서 교체 판단이 늦었다"며 "이근호를 넣어 5-3-1 전형으로 가려고 했는데 결정을 못 했다"고 설명했다.

심판 판정도 아쉬웠다. 후반 추가시간이 끝날 때쯤 전남 페널티 지역 안에서 세징야의 패스를 받으려던 에드가가 전남 고태원의 방해로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정 끝에 페널티킥이 무효가 됐다.

◆명승부

전남이 도망가면 대구가 따라갔고, 전남이 달아나면 대구가 쫓아갔다. 양 팀 합해 FA컵 결승전 역대 최다 골에 해당하는 7골이 폭발했다. 대구는 10명에 불과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0대1로 끌려가던 대구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40분 에드가, 라마스로 이어진 패스를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받은 세징야가 가슴, 머리로 트래핑한 뒤 때린 오른발 슛이 골대에 꽂혔다. 세징야는 '상의 탈의' 세리머니로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하지만 대구는 전반 종료 직전 실점하며 1대2로 끌려갔다.

대구는 후반 5분 정태욱이 골문 쪽으로 올린 볼을 에드가가 놓치지 않고 헤더 동점골로 연결시켰고 경기는 다시 2대2가 됐다.

하지만 불과 4분 만에 전남 올렉에게 다시 실점을 허용했다.

대구는 쉽게 물러서지 않고 라인을 올리며 계속해서 추격 의지를 보였다. 후반 24분 츠바사가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어 3대3 동점이 됐다.

경기는 점점 더 과열됐다. 후반 30분 상대 미드필더 정호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대구는 역습을 노렸지만 후반 38분 전남 정재희의 빠른 발에 실점을 허용했다.

대구는 경기 막판까지 공격에 불씨를 지폈지만 시간이 부족했고, 체력은 이미 바닥났다.

이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선수들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마무리를 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부족했던 부분을 잘 채워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