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수 땀 한방울까지 기록한다…영남권 유일 대구스포츠과학센터

순발력·민첩성·체력 등 기능 측정…테스트 통해 경미한 부상도 확인
2016년 설립 이후 지역 엘리트 팀에 큰 도움
정기적인 측정으로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

지난 4일 대구스포츠과학센터에서 대구도시공사 소프트볼 팀 선수들이
지난 4일 대구스포츠과학센터에서 대구도시공사 소프트볼 팀 선수들이 'T-WALL' 에서 협응력을 측정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4일 오전 10시쯤 대구시체육회 1층 대구스포츠과학센터. 대구도시공사 여자 소프트볼 팀 선수들이 'T-WALL' 앞에서 협응력 측정을 하고 있었다. T-WALL은 64개 칸으로 나뉜 벽면에서 '한 칸'씩 연달아 녹색불과 파란불, 흰색불 등이 켜진다. 녹색불에 해당 칸을 손으로 터치 해야 하고, 그 외의 색깔은 패스해야 한다. 순발력, 민첩성, 판단력 등을 테스트하는 기구다. '두더지 오락' 게임과 비슷하다. 주장 임경은(30·중견수)은 "재미도 있고, 신체 반응도 측정할 수 있어서 선수들이 모두 좋아한다"며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체력과 신체 능력을 측정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경기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 돼

대구스포츠과학센터(이하 스포츠센터)가 엘리트 선수들의 체격, 기초체력, 전문체력, 생체역학 등 각종 신체 기능을 측정하는 곳이다. 2016년에 설립됐고 영남권에서 유일하다. 야구와 축구 등 자금력이 풍부한 프로팀들은 구단 자체적으로 선수들을 관리하지만 열악한 여타 종목 팀들은 쉽지 않다.

대구도시공사 소프트볼 팀은 1년에 4차례씩 정기적으로 스포츠센터를 방문한다. 이날은 동계훈련 전에 선수들의 신체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동계훈련이 끝나면 다시 한번 측정한다. 그래야 동계훈련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영(52) 감독은 "선수들이 관성적으로 훈련을 하게 되면 근력이 불균형을 이루기도 한다. 측정을 통해 이런 문제를 찾아서 개선한다"며 "선수들끼리 경쟁심이 생겨 측정값을 더 잘 받으려고 힘을 쏟는다"고 했다.

스포츠센터는 센터장과 선임연구원, 연구원 2명, 측정 보조원 등 총 5명이 근무한다. 홍창배(49) 센터장은 운동생리를, 최동성(42) 선임연구원은 운동역학을 각각 전공했고, 박사 학위 소유자다. 이들은 정기적인 측정치를 바탕으로 개별 선수들에게 개선할 점들을 전달한다.

홍 센터장은 "동계훈련 전후로 신체 능력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며 "11~12월과 2~3월 기간에 집중적으로 스포츠센터를 찾는다"고 했다.

스포츠센터는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민첩성, 순발력, 유연성 등을 측정할 수 있는 29종의 최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운동부하 검사, 무산소성 파원 감서, 근관절기능 검사 등 전문체력 측정도 가능하다.

근관절기능 검사를 받던 소프트볼 팀 에이스 투수 홍현선(24)은 "웨이트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결과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며 "경미한 부상까지 확인할 수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근관절기능 검사인 '사이백스 테스트'의 경우 근력 측정에다 근력에 힘이 들어가는 정도를 수치로 파악해 경미한 부상 또는 부상 조짐까지 예측할 수 있다. 경미한 부상은 선수 본인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부상이 확인되면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지난 4일 대구스포츠과학센터에서 대구도시공사 소프트볼 선수가 근관절기능 측정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4일 대구스포츠과학센터에서 대구도시공사 소프트볼 선수가 근관절기능 측정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도자들 더 활용해야"

스포츠센터가 신체 능력만 측정하지 않는다. 과학적인 전력 분석도 가능하다. 팀의 의뢰를 받으면 영상을 찍어서 상대의 전략과 동작을 분석하기도 한다. 또 슬럼프나 부진에 빠진 선수들은 과거 영상과 비교를 통해 문제점을 체크해 주는 역할도 한다.

최동성 선임연구원은 "양궁의 경우 특정 선수의 슈팅 순간에 오른발과 왼발에 실리는 미세한 무게의 차이를 분석해 최고의 슈팅 자세를 도출해 낸다"며 "해당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 이런 분석을 동원해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스포츠센터는 아직은 열악하다. 지금까지 장비 구입에만 7억원가량 사용했다. 국비로 운영되지만 올해부터는 대구시비도 투입된다. 하지만 인력난은 여전하다. 특히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들을 근거로 선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전담 트레이너가 없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분석 자료들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홍 센터장은 "전담 트레이너가 있으면 선수 관리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예산으로는 채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박종수 대구시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은 "지도자들이 스포츠센터의 과학적 분석 자료를 더 열심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지도자들은 과거의 경험치로 선수들을 가르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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