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이제 7년이나 흘렀네요. 할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신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항상 정정하실 거 같고 영원하실 것 같았던 할아버지. 우렁차고 큰 목소리를 내시던 할아버지가 힘없이 쓰러져 병원에 계시던 그 모습이 평상시의 모습과 달라 가슴이 쓰라렸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삼촌들, 고모들이 펑펑 눈물 흘리던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할아버지에게는 장손으로 죄송한 마음이 아직 가슴 한 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항상 모질게 말씀드려서 죄송했습니다. 동생 형천이. 형민이, 형웅이처럼 할아버지께 살갑게 해드리지 못해 돌아가시고 나서야 많이 마음이 쓰리며 아프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집안처럼 화목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큰형으로서는 잘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항상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 있기도 합니다.
세월이 지나서 점점 어른이 되는 시간에 저도 모르게 할아버지를 닮아가는가 봅니다. 가끔 누워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내가 평소 하는 행동들이 오래전 할아버지가 우리 손자들에게 보여준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기도 하고, 옳지 않은 상황과 타협하기 싫어하는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우리 할아버지 손자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지금은 듭니다.그 힐아버지의 그 손자인가 봅니다.

할아버지는 항상 지역에서 앞장서서 봉사하고 희생하시는 멋진 분이셨습니다. 항상 할아버지를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할아버지께서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것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가방끈이 짧은 사람도 사회를 향해 봉사할 수 있다며 시의원에 출마하셔서 영천시의회 부의장을 역임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노인들의 권익과 활동을 위해 대한노인회 영천시지회장도 역임하셨습니다.
그때 우리 할아버지는 왜 저렇게 자리에 욕심이 많으실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지금 생각해보니 할아버지는 자리보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멋진 분이셨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정말 우리 할아버지는 멋진 분이라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셨습니다.
어쩌다 보니 할아버지 손자가 지금 지역의 청년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는 동생들과 지역의 멋진 청년 사장님들과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상권을 살리는 도시락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경북과 영천의 청년정책과 관련된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활동하는 손자 모습을 보셨으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많이 가르쳐 주셨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모든 모습이 기특해 보이기도 하고, 또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실 텐데, 그래도 손자 된 욕심으로는 이런 모습들을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아주 아쉽습니다.

할아버지처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이 항상 많이 찾는 사람, 주위 사람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직 갈 길이 멀겠지요. 할아버지처럼 큰 나무가 되려면 아직 세상이 주는 바람과 풍파 그리고 밝은 빛,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내리는 비도 맞아야겠지요. 그렇게 더욱더 나이테가 두꺼워서 그 시절의 할아버지처럼 멋진 중년이 되겠습니다.
또 가족들을 잘 보살피는 멋진 장손이 되겠습니다.
하늘에서 많이 보살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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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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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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