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노변동 수성IC 인근 방음벽 일대. 성체 그대로 내버려진 조류 사체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조류 사체는 금방 부패하기 마련인데 현장에서 사체가 보인다는 건 그만큼 많은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가 발생했다는 의미라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했다.
같은 날 찾은 남구 봉덕동 중동교 지하차도 인근 방음벽과 달서구 대곡동 대진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방음벽에서도 조류 사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올빼미로 추정되는 사체도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올빼미는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로 보호받고 있다.
대구에서도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이 잇따르면서 예방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인 '네이처링'은 지난 2018년부터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를 진행 중이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야생조류 유리벽 충돌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네이처링에 따르면 대구에서 조류 충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수성IC, 중동교 지하차도, 대진초등학교 인근이다. 모두 투명 방음벽이 설치된 곳으로 조류 충돌을 막을 '맹금류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국립생태원은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 보고서를 통해 충분한 수량의 맹금류 스티커를 붙일 것을 안내한다. 조류의 비행 특성을 감안해 상하 간격 5cm, 좌우 간격 10cm 이내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방음시설 설치기준에는 "조류 충돌 등 생태적 영향이 최소화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뚜렷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3달 동안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관찰한 엄주영 대구환경교육센터 활동가는 "방음벽에 점이 조밀하게 찍혀 있어야 새들이 피해가는데, 충돌이 발생한 방음벽엔 맹금류 스티커만 붙어 있어 도움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 해 800만 마리 이상 발생하는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조류충돌을 줄이기 위해선 사회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라며 "새로 설치하는 방음벽에는 유리 사이 패턴을 넣는 등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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