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과 결탁해 회사 내 영업비밀과 인력을 유출하는 사례가 지역에서도 발생한 가운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법원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 경우가 많음에도 배상이나 처벌 수준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는 2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는 '신생공업 영업비밀 유출사건'에 대한 형사사건 2심 공판이 열린다. 신생공업은 대구 달서구에 본사를 둔 초경 합금 분야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물 등이 일본 거래처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유사 기업을 설립했다. 영업비밀은 물론 핵심인력 30여명까지 빼돌려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신생공업은 이들 전 임직원과 일본 거래처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금 77억원 등 원리금 100억원 이상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2020년 받아 대법원에서 확정까지 받았다.
관련 당사자들의 형사사건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방지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됐다. 법원은 1심에서 전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3년, 임직원 출신 B씨 등 3명에게 징역 1년 6개월~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A씨가 설립한 유사 기업에는 벌금 5천만원이 부과됐을 뿐 여전히 성업 중이다. 신생공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매출액 감소는 물론 내부 조직 혼란, 유사제품 판매에 따른 거래처 피해, 공급가격 하락, 기업 이미지 저하 등 금액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를 보았다"며 "법원 판단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신생공업 측 변호인은 "법률상 이득액의 2~10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지만 1심에서는 이득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행상 법원 재량으로 가능한 최고 수준인 5천만원이 나왔다"며 "2심에서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기업인들은 지식재산권 피해에 대한 구제가 쉽지 않다며 피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정도로 처벌 수위가 올라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 달성군 한 중소기업은 "우리 회사도 수년 전 핵심 직원이 영업비밀과 제조 노하우를 빼돌려 회사가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다"며 "1년간 소송 끝에 징역 2년의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그사이 회사가 문을 닫을 뻔할 정도로 휘청였고 직원 80명을 내보내야 했다"고 호소했다.
법조계는 배상금액에 대한 피해기업과 법원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특허청이 2020년 발주한 연구용역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판결문 분석'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를 인정한 손해배상액 인용액 중간값은 청구액 대비 평균 20.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액 대비 인용액 중간값도 22.5%에 그쳤다.
대구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 관계자는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고의 침해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현장에서는 보수적 판결에 대한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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