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수도권 상위권 30~40개 대학의 학부 폐지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최근 조영달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학부 폐지'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조 교수는 '교육 체제의 혁신과 인재 혁명'을 주제로 한 정책발표회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학 등 상위권 30~40개 대학의 학부를 폐지하고 연구중심대학원으로 전면 개편하는 교육 체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버드 대학이나 MIT와 같은 미국의 명문 대학은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학부생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미국의 우수한 학부 중심 대학은 대부분 지방에 있다. 미국 전체 인문·사회 및 기초과학 분야 대학(Liberal Arts College) 랭킹 1위로 치열한 경쟁을 자랑하는 윌리암스 칼리지(Williams College)는 메사추세츠주의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랭킹 2위인 엠허스트 칼리지(Amherst College)는 보스턴 서쪽에 있는 인구 3만5천 명의 작은 마을에 있다.

상위권 대학이 대학원 중심으로 체제 개편이 이루어지면 지방대학은 학부 중심 교육으로 가고 수도권 대학은 대학원 연구 중심으로 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학생들과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대학으로 진학하게 돼 인재가 몰리는 지방대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벗어나 지역사회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지방대학의 성장과 발전은 지역 소멸 문제를 극복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대학 체제를 교육(학부)과 연구(대학원)를 분리해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하는 것은 지식의 확장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상위권 대학을 대학원 연구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은 아시아 10위권 내 대학이 하나도 없는 연구력의 위기와 고급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블랙홀처럼 수도권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 지방을 공동화시키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서도 대학 교육 체제 개편은 필요하다. 지방대학의 위기와 지역 소멸 문제를 타개할 수 있으며, 뛰어난 연구 인력을 키우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며, 대학 서열화를 없애 과도한 대입 경쟁과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교육 체제 개편 주장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크다.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소소한 일상의 삶에 초점을 둔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 선거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오토바이 번호판 부착 의무화, 이륜차 소음 단속 공약에 이어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등 '소확행' 공약을 대선 공약으로 들고나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택시기사 보호용 칸막이 설치와 반려견 놀이터와 쉼터 확대 등의 '심쿵약속' 공약을 발표했다.

대통령 후보가 그런 소소한 일상을 보장해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 시장, 군수, 구청장 선거 공약이 대통령 선거 공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삶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후보가 표를 의식해서 그런 작은 일에 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라면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대통령 후보는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대통령 공약다운 공약을 발굴하라. 상위권 대학의 학부를 폐지하고 대학원 연구 중심으로 개편하는 교육 체제의 대혁신이 바로 그런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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