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규제 수술…코로나 음압병상 확충 길 열었다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재난대응 목적 가설건축물 설치 허용

대구의료원 감염병관리센터 간호사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음압병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상의 신속한 확충에 필요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방안을 담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해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음압병상이 부족해짐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가 대통령 비서실장이 팀장을 맡는 범정부 차원의 TF를 구성해 마련한 병상 확충방안의 후속조치다.

음압병실은 병원체가 병실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병실의 기압을 외부보다 낮춰 공기가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든 격리병실이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발생이 치솟자 의료계와 질병관리청에서 많은 병원들이 허용 용적률 제한을 받고 있고, 여유 부지가 있더라도 도시계획시설 부지에는 개발행위가 제한돼 병상확충에 어려움이 크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대학병원과 접한 대학교(도시계획시설) 부지 내 여유공간에 모듈형 음압병상 설치가 불가했다. 이에 국토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음압병상 설치를 위한 용적률 혜택 부여 등 도시계획 규제 개선에 나섰다.

먼저 음압병상 설치 시 용적률을 시행령 상한의 120%까지 완화한다. 현재 도시계획상 용적률은 국토계획법 시행령 상한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제한하고, 임대주택 등을 건설하는 경우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질병관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음압병상 등 감염병관리시설을 설치할 때도 용적률을 시행령 상한의 120%까지 완화한다.

또 음압병상 증축뿐만 아니라 기존의 일반병상을 음압병상으로 개조하는 경우와 2020년 이후 코로나 대응을 위해 설치한 음압병상에 대해서도 용적률 혜택을 부여한다.

아울러 도시계획시설 부지에 재난대응 목적의 가설건축물 설치를 허용한다. 현행 국토계획법은 도시계획시설 부지에는 태양에너지 설비 설치 등을 제외하고 시설사업과 무관한 개발행위는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앞으로는 코로나 상황과 같은 재해복구 또는 재난수습을 위한 응급조치에 필요한 가설건축물 설치는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들이 병원 부지와 인접한 대학교 내 여유 공간에 임시로 모듈형 음압병상을 신속히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이달 중 공포되는 즉시 시행된다.

윤의식 국토부 도시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은 의료계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례적으로 한 달 만에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며 "음압병상의 확충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