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도움 필요할 땐 찾더니…경영 변화 독단적인 포스코

오염물질 배출로 조업정지 위기…경북도에 처분 철회 우회적 요청
화력발전설비 신설 협조도 구해

포스코 임시주총이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지주사전환을 반대하는 포항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제공
포스코 임시주총이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지주사전환을 반대하는 포항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제공

포스코가 환경 등 골치 아픈 문제는 지역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처럼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는 경영변화에 대해서는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경북도와 포항시에 따르면 경북도는 2019년 5월 포항제철소가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위법하다고 보고, 조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가 7개월 후 처분을 철회했다. 브리더 설치 허가를 받았고 고로 압력이 높아지면 안전을 위해 감압용도로 개방한다는 포스코의 설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포스코 측은 "포항제철소에 조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고로를 폐쇄해야 하고 이로 인한 포항 지역경제에 끼치는 피해가 막대하다"면서 "차라리 과징금을 내는 것이 낫다"며 경북도에 읍소했다.

경북도는 지역경제 피해를 고려해 강력한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대신 공정개선 등을 전제로 제철소 고로에 설치한 브리더 운영을 허용해 줬다. 당시 포항시도 포항제철소가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경북도에 조업정지 처분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앞서 2015년 8월에는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효율 운영을 위해 화력발전설비 신설을 환경부에 요구했다. 환경단체 등은 대기오염을 우려하며 즉각 반발했지만, 포스코 측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전기를 구입하는 비용(수전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포항제철소를 문 닫아야 한다며 포항시와 시민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2015년 7천억원가량되는 수전비용이 2022년 1조2천억원이 되면 포스코 한해 영업이익이 모두 수전비용으로 사라진다며 500MW급 자체 화력발전설비 건설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

이에 포항시와 지역경제인들이 일제히 나서 "기업도 살고 환경도 보호하는 상생방안을 찾자"고 했고, 포스텍 등 학계에서도 "포항제철소 전체 오염배출량을 줄이면 신설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오염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며 포스코를 지원했다.

급기야 포항상공회의소가 주축이 돼 포항제철소를 살리기 위해선 화력발전설비 도입 밖에 없다는 포스코의 입장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그 결과 한 달도 안 돼 50만 인구의 60%가 넘는 32만8천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현재의 제철소 소결공장 폐쇄 등을 진행하면 화력발전설비를 도입하고도 포항제철소가 배출하는 오염량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와 지역사회에 기여한 포스코 공헌 및 포항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최선책이라는 주장이 포항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었다.

이처럼 포스코는 제철소 운영을 위해 지역희생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가감 없이 요구하고 협력을 끌어냈지만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처럼 포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경영변화에 대해서는 지역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스코가 소통할 거라 믿고, 포항시가 늑장 대처한 것이 후회된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이 공식적인 면담요구까지 뿌리치며 이런 중대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무시한 최 회장의 이번 포스코홀딩스 설립에 대해 여러 이해 관계기관과 손잡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편 다음달 2일부터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포스코·포스코케미칼·포스코에너지·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건설 등 자회사와 앞으로 설립될 신규법인들은 그 아래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포스코 본사 역할을 했던 포항 기능이 모두 포스코홀딩스로 넘어가게 됐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